국제 국제일반

[‘통일 한국’을 준비하라] (4) 신각수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 소장의 ’통일의 길‘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03 18:01

수정 2014.10.28 23:59

신각수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 소장은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통일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한 가운데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통일을 한국 내부, 남북 관계, 국제 관계의 세 관점에서 조명하면서 각 주체의 이해와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각수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 소장은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통일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한 가운데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통일을 한국 내부, 남북 관계, 국제 관계의 세 관점에서 조명하면서 각 주체의 이해와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열강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역이지만 통일은 기본적으로 우리 문제다. 국제사회와 공조하면서도 주체적으로 통일을 이끌 전략이 필요하다.
" 2009~2011년 외교통상부 제1차관을 지낸 신각수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 소장은 지난달 28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한국이 주도하는 통일'을 강조했다. 외교 분야에서도 특히 국제법에 정통한 그는 통일을 한국 내부, 남북 관계, 국제 관계의 세 관점으로 나눠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내적 관점에서는 통일 준비 과정과 통일 후 방향에 대해 국론을 일관화해 나가는 준비가 필요하며 남북 관계 측면에서는 북한을 개혁으로 이끄는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주변 국가들의 협조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외교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대박론'과 드레스덴 연설 등 통일 담론을 이어가고 있다. 전 정권과 비교해 역동적이다.

▲기본적으로 통일.외교·안보정책은 연속성에 기반하고 있다. 정책 지속성을 지키면서도 시류에 따라 유동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탄력성 여부에 따라 정권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그동안 기본적인 대북정책 기조는 포용정책이었다.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은 우리 사회에서 통일 담론이 상당히 미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나왔을 것이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를 보면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경제적 어려움이 함께 진행되고 있고, 저물어가던 일본 경제가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살아날 기미를 보이는 등 세력 전이가 일어나고 있다. 북한도 김정은 체제로 들어갔다. 이렇듯 한반도와 동북아를 둘러싼 국제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통일을 좀 더 진지하게 검토하자는 차원의 발언으로 판단한다.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올 수도 있다. 이에 대비해 통일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이려는 차원이다.

―36년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본 한반도 통일에 대한 주변 열강의 입장과 이에 따른 전략은.

▲통일 문제는 한국 내부, 남북 관계, 국제 관계의 세 가지 관점에서 봐야 한다. 국내적 관점에선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과 통일 후 방향에 대해 국론을 일관화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다음 남북 관계 측면에서는 북한이 개혁으로 나아가게 하는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다음 중요한 게 국제적 측면인데, 주변국의 협조와 지지 없이는 통일이 어렵다. 현재 미.중.일.러 등 주변국 가운데 한국의 통일을 내놓고 반대하는 국가는 없다. 하지만 한국 통일을 위해 움직이는 국가가 있느냐 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결국 통일을 우리가 주도하고 이끈다는 주체의식이 중요하다. 분단 상태가 각국에 던지는 문제점과 통일 한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분석해 주변국에 홍보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올 수 있다고 했는데, 현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형태의 통일은.

▲가장 바람직한 건 새로 들어선 김정은정권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으로 나가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는 핵과 경제 발전의 병진 노선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양립이 불가능한 정책이다. 여기에 우리의 어려움이 있다. 북한이 두 가지 카드를 가지고 있는 한 개혁·개방으로 나아갈 수 없다. 다만 장성택 처형사건 등 북한 내부 권력구도 교체가 안정 상태에서 진행됐다고 보기 힘든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도 김정은 체제를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북한 내부에서 벌어지는 만일의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우리가 의도하든 하지 않든 북한 내부 격변이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기본적으로 한반도 주변 상황과 통일을 풀어나갈 수 있는 주체는 대한민국이다.

―1991년 남북이 동시에, 그러나 각각 유엔에 가입했다. 통일 이후 가입국 지위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나.

▲통일의 양태에 따라 다르다. 독일의 경우 동독이 서독에 편입되는 흡수통일 형태여서 독일이라는 한 개 회원국으로 남았다. 우리도 흡수통일을 하면 국가 영토, 국가채무, 조약 등은 독일 선례를 따를 것이다. 분명한 건 유엔에 가입한다고 해서 제3국이 그 국가를 승인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국가로 승인받으려면 별도의 국가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재 남북의 지위는 한국 헌법, 남북관계 법규범, 국제법에 따라 각각 다르게 정의된다. 우리 헌법상으로는 지금도 북한은 주권국가가 아니다. 반도 단체로 보고 있다. 둘째, 남북 관계의 근간인 '1991 남북기본합의서'에 보면 남과 북은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한 민족 내부 관계다. 끝으로 국제법상으로는 두 개 국가로 본다. 제3국은 남북을 두 개 국가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법적으로는 그렇지만 현실에선 국가마다 다르다. 미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독일의 경우 양 진영이 따로 맺은 조약은 어떻게 됐나.

▲동독 조약의 경우 영토(국경)에 관한 조약을 제외한 모든 조약은 폐기됐다. 조약 상대국과의 1대 1 협상을 통해서다. 다만 독일이 동독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법적인 측면의 실책을 범했다. 서독 주민이 동독에 갖고 있던 재산권을 그대로 인정해 해당 지역에 외자 유치가 힘들어졌다. 또 국경을 너무 빨리 허물어서 동독 주민이 서독으로 한꺼번에 몰려들어 혼란을 빚었다. 이 같은 선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주일대사를 지냈다. 남북 관계에 대한 일본의 이해관계는 어떻게 보나.

▲일본으로선 북한 핵 문제를 포함한 안보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통일 한국이 동북아 안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통일 한국이 경제적 '촉진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외교적으로 볼 때 동북아는 한국·일본의 해양세력과 북한·중국 등 대륙세력으로 나뉘어 있다. 통일 한국은 양 진영을 연결할 수 있고, 이는 동북아 지역협력으로 갈 수 있다. 지금은 세계경제가 다 어려운 상황이다. 선진국은 양극화에 성장부진으로 어렵고, 신흥국은 선진국이 어려우니 낙수효과를 누리지 못한다. 통일 한국이 그 교량 역할을 하면 아시아.태평양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가치들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최근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좋지 않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균형을 유지해야 하나.

▲통일을 하려면 주변국과 관계를 전부 좋게 가져가야 한다. 어느 한 국가라도 관계가 나쁜 나라가 있으면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와도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교류 국가들은 서로 상대국과 맺는 관계까지 계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일 협력이 튼튼하게 유지될 때 한·중 관계도 공고해진다.
한국은 통일이라는 힘들고 어려운 과제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특히나 탁월한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국제기준이나 국제법 등 국제규범 등을 잘 지켜나가야 '원칙을 지향하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이는 곧 국제사회에서 신뢰도로 연결되고, 통일 한국에 대한 신뢰도 커질 수 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박소연 기자

■약력 △60세 △서울대 법대 △서울대 대학원 국제법 석사·박사 △스탠퍼드대 초빙연구원 △외무고시 9회 △주유엔 차석대사 △주이스라엘 대사 △주일본 대사 △외교부 제2차관 △외교부 제1차관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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