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타미플루 조제 떼쓰기에 약국 골머리

박인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1.02 17:40

수정 2009.11.02 17:40



정부가 지난달 30일부터 일반 약국을 통해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 무상 공급에 나서자 처방전 없이 타미플루를 요구하는 시민들 때문에 약국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병원 처방전 발행비를 아끼기 위해, 또는 처방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예 몰라 빚어지는 현상으로 일부에서는 약사를 협박까지 한다는 것이다.

■“감기 처방에 타미플루 넣어 줘”

서울 금천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김모씨(50)는 2일 “하루 4∼5명가량이 처방전도 없이 타미플루를 구하러 오는 손님들이 있다”며 “심지어 감기약 처방전을 제시하면서 함께 넣어 달라고 요구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노원구 A약국 약사(47)는 “처방전 없이는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주면 안되느냐’는 식의 얌체 손님도 있다”며 “진료비를 아끼려고 그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경남 양산시 B약국 약사(51)도 “타미플루를 무료로 조제해준다는 소식을 들은 한 주부는 ‘감기약은 쉽게 구할 수 있지 않느냐. 감기약처럼 타미플루를 주면 안되겠느냐’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는 사이에”…협박까지

서울 중랑구 C약국 약사(43)는 “시민들이 타미플루를 복용하지 않으면 모두 사망하는줄 아는 것 같다”며 “그래서인지 처방전 없이 와서 약을 받아가려는 사람이 하루 10명 이상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손님은 감기약을 조제하면서 타미플루를 줄 수 없다고 하자 심지어 ‘장사를 못하게 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부산 중구 D약국 약사(52)는 “처방전 없이 줄 수 없다고 하자 평소 알고 지내는 사람중에는 ‘아는 사이에 그냥 주면 안되겠느냐’면서 막무가내로 타미플루를 가져가려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 E약국 약사(46)도 “타미플루가 무상이라는 사실을 알고서는 무조건 달라고 떼를 쓰는 사람이 있다”고 하며 서울 양천구 H약국 약사(50)는 “처방전 없이 타미플루를 조제해달라는 손님이 이어져 약국 앞에 ‘처방전 없이는 타미플루를 처방하지 않는다’는 글까지 붙여뒀다”고 전했다.

■“신종플루 증세 없지만 예방용으로”

서울 용산구 I약국 약사(40)는 “증세가 없는데도 예방 차원에서 타미플루를 확보하려는 손님들도 있다”며 “국가에서 무료로 제공한다고 약품에 욕심을 내는 것은 좀 심한 것 같다”고 시민의식을 아쉬워했다.


양천구 J약국 약사(44)는 “지난달 30일 이후 10여명의 손님들이 특별한 증상이 없는데도 ‘돈을 줄테니 타미플루를 살 수 없느냐’고 문의했다”며 “이 중에는 해외 출장 예비용으로 타미플루를 구입하고 싶다는 손님도 있었다”고 밝혔다.

/pio@fnnews.com 박인옥기자 손호준 인턴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