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슈진단] ‘죽고싶다’는 친구에게 ‘한잔하자’는 오히려 독

엄민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4.19 17:40

수정 2014.11.06 20:59

▲ 출처: 대한보건협회 웹진 ‘건강생활 2009년 여름호’

19일 세상을 떠난 모델 故 김유리는 죽기 전 미니홈피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 백번을 넘게 생각해보아도 .. 세상엔 나혼자뿐이다’라는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게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자살한 연예인 故 최진영씨 역시 ‘지친다..사람이란 것에 지치고.. 살아온 것들에 지치고..이런 나 때문에 지친다’란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 자살한 한 클럽 DJ는 자살 전 자신의 트위터에 “자살하려 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란 글을 남겼던 것으로 드러나 주위의 안타까움을 샀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주변사람들에게 일종의 ‘자살신호’를 알린다.
30년 동안 자살환자를 연구해 온 임상치료학자 토마스엘리스에 따르면 자살하려는 사람들 10중 8명은 주변 사람에게 자신의 자살 의도를 알린다고 한다. 특히 ‘죽고싶다’는 말을 한 사람들이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는 확률은 10%에 달한다. 그렇다면 만약 주위 사람 중 누군가 나에게 자살신호를 보낸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술을 사주는 행위는 피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위 사람이 힘들어 하는 경우 일단 소주 한 병을 시켜놓고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럴 경우 더욱 안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진병원의 하종은 정신과 과장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술을 사주는 행동은 자살 충동 억제능력을 상실시켜 오히려 자살을 부추기는 격”이라며 “실제로 유명인사들의 자살사건을 보면 술을 마시고 난 후 벌어진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대한보건협회 유제영 교육팀장은 “알코올은 세로토닌 수준을 낮추기 때문에 우울한 기분을 더 느끼게 한다”고 전했다. 알코올 중독과 관련된 죽음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20%를 차지한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라”는 식으로 가볍게 말하거나 “너만 힘든 것 아니다”는 식의 충고도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자살의 심각성을 축소시키고 자기 존중감을 더 상하게 할 수 있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해 문제를 혼자 해결해야 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자살예방협회의 김성일 주임은 “단순하게 힘내라고 충고하기 보다는 상대방이 왜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지 충분히 들어주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전문기관의 상담을 받게 하는 것. 사망한 자살시도자와 자살시도자들의 대뇌척수 속에서는 평균치보다 낮은 수준의 세로토닌, 5-HIAA가 발견된다고 한다. 단순한 위로보다는 보다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진병원의 하종은 정신과 과장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 중 50% 이상은 실제로 정신과적인 접근이 필요한 단계”라며 “주변에서 잘 설득하여 전문가 상담을 받도록 권유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umw@fnnews.com 엄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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