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모님 허위진단’ 주치의 구속영장 이끈 ‘이대생과 넷심’

뉴스1

입력 2013.08.31 08:01

수정 2013.08.31 08:01

‘사모님 허위진단’ 주치의 구속영장 이끈 ‘이대생과 넷심’


‘사모님 허위진단’ 주치의 구속영장 이끈 ‘이대생과 넷심’


‘사모님 허위진단’ 주치의 구속영장 이끈 ‘이대생과 넷심’


‘사모님 허위진단’ 주치의 구속영장 이끈 ‘이대생과 넷심’


허위진단서 발급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세브란스병원 박모 교수(54)와 영남제분 류모 회장(66)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자칫 묻혀버릴 수 있었던 이번 사건의 진상과 진실을 규명하는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이화여대 학생들과 네티즌들의 활약이 컸다.

지난 5월25일 ‘여대생 공기총 청부 살해사건’ 주범인 윤길자씨(68·여)의 형집행정지를 이용한 호화 병실생활을 파헤친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직후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요구가 봇물을 이뤘다.

사건 피해자인 고(故) 하지혜씨(당시 22세) 모교의 이대 학생들이 방송 바로 다음날부터 즉각 행동에 나선 것이 기폭제가 됐다.

총 진행을 맡은 조모씨(23·사회대)가 하씨를 추모하고 사건의 교훈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광고를 내자고 제안했다. 이어 교내 온라인 커뮤니티인 ‘이화이언’에서 학생들의 모금이 시작됐다.


반응은 뜨거웠다. 1주일 동안 1500여명이 2800만원을 보내와 ‘정의로운 사회를 염원하는 이대 재학생과 졸업생 일동’이란 이름으로 두 일간지 1면에 관련 광고를 실을 수 있었다.

이후 모금활동은 시민들의 참여로 확대됐다. 이대 학생들은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6월3일부터 2차 모금을 실시했다.

일반시민까지 가세한 결과 이틀 만에 목표금액인 1000만원을 훌쩍 넘는 등 570여명이 1800만원이란 거금을 보탰다.

이들의 노력은 지난 23일 결실을 맺었다. 지하철 2호선 건국대역, 성수역 등에 있는 스크린도어와 전동차 객실 등에 추모광고가 게재돼 다음달 25일까지 시민들에게 하씨 사건의 진상을 알린다.

이대 졸업생 강모씨(25)는 “우리사회에서 더이상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통용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이대가 하지혜 선배를 잊지 않듯 국민 모두 선배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나 류 회장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법원은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반드시 발부해 대한민국에 아직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리꾼들도 공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반시민으로 익명으로 활동하는 인터넷 아이디 ‘진실규명위원회(antiynam)’는 방송 바로 다음날 포털사이트에 ‘안티 영남제분’이란 카페를 개설해 현재까지 1만여명 회원들과 함께 온·오프라인 활동을 하고 있다.

영남제분은 공기총 청부살해 사건 주범인 윤길자씨(68·여)의 남편 류 회장이 부산에서 운영하고 있는 제분회사다.

누리꾼들은 류 회장이 회삿돈을 유용해 윤씨의 형집행정지와 호화 병실생활을 도운 만큼 영남제분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불사하고 있다.

오프라인 활동도 활발하다.

박 교수가 재직 중인 세브란스병원, 윤씨 사위이자 사건 관계자인 김모 변호사(40) 사무실 등지에서 두 차례에 걸쳐 집회를 열었다.

또 현재 검찰수사에서 벗어나 있는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추가수사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박 교수로부터 허위진단서를 받아 윤씨에 대한 형집행정지를 허가해준 검사, 사위와 불륜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하씨를 미행했던 경찰 등이 그들이다.

카페 회원들뿐 아니라 누리꾼들 사이에서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가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카페 운영자를 포함한 누리꾼 140여명은 영남제분 측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카페는 폐쇄조치 신고 등을 당하는 어려움도 겪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운영자는 오히려 “싸울 명분이 정확히 생겨 기쁘다”고 밝히는가 하면 카페에 ‘명예훼손 피해자’ 폴더를 만들어 고소당한 누리꾼들과 공동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운영자는 뉴스1과 인터뷰에서 “저도 평범한 국민입니다. 방송을 보고 똑같이 화가 난 국민입니다”라며 “하지만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그냥 묻힐 듯해서 힘들어도 제가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길자 사건의 관련자들을 법으로 응징 못하고, 진실을 규명하지 못하고, 형집행정지 제도를 바꾸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의는 없다고 보며 대한민국은 더이상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그래서 저를 비롯한 국민들은 끝까지 진실을 규명하고 국민의 힘을 계속 키워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31일 카페 회원들과 만나 추후 활동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이대생들과 열혈 네티즌들의 시선은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나아가 법원 판결에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며 ‘감시견’의 역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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