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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국가고시 합격 새터민 박안심씨

김장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2.19 10:00

수정 2012.02.17 10:35

의료 전문인으로서의 새 삶을 살게 된 박안심씨(왼쪽)와 대구보건대 간호과 강복희 학과장이 교정에서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의료 전문인으로서의 새 삶을 살게 된 박안심씨(왼쪽)와 대구보건대 간호과 강복희 학과장이 교정에서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대구=김장욱 기자】 "언젠가 북한 어르신들께 간호해 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이 길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온갖 역경을 딛고 간호사 국가고시에 당당히 합격, 의료전문인으로 새 삶을 개척한 새터민(북한이탈주민)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최근 대구보건대 간호과를 졸업한 박안심씨(40·여). 북한에서 전문학교(전문대학과 비슷)를 졸업한 박씨는 10여년 전 중국에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지인을 따라 무작정 중국으로 갔고 그곳에서 중국인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늘 신분에 불안을 느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었고 결국 제3국을 통해 수년 전 홀로 한국에 온 박씨는 식당에서 일하며 간호조무사 학원에 다녔다.
박씨는 재외국인특별전형으로 지난 2009년 대구보건대 간호과에 입학했지만 낯선 한국의 대학 환경, 북한과 뜻이 다른 교과서 용어, 특히 북한에서는 러시아어만 배웠기 때문에 영어가 공부를 힘들게 했다.

 하지만 박씨는 이를 악물었다. 나이 어린 동기들이 도와주고 심지어 학과 교수는 개인지도까지 해줬다.2009년 말 한국에 들어온 중국인 남편 역시 막노동을 하며 박씨를 외조했다. 특히 박씨는 국가고시 한 달 전부터는 아예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공부에만 매달렸다.


 합격증을 손에 쥐던 날 박씨는 친구에게 혹시 합격자 앞에 불(不)자가 없는지 봐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박씨는 "북한에서 돌아가신 부모님께 한 번도 병 간호를 못해 드린 것이 항상 가슴에 남아있었다"며 "노인요양원 같은 곳에 취업, 정말 따뜻한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돌봐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제 의료전문인으로 열심히 일할 수 있고 남편도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매일매일이 즐겁다"며 "저 같은 후배 새터민들에게 꿈을 갖고 모든 일에 도전하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gimju@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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