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종합)헌재, 유신헌법 긴급조치 1,2,9호 위헌 선고

권병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3.21 16:22

수정 2013.03.21 16:22

1970년대 유신시절 박정희 대통령이 선포한 대통령 긴급조치 제 1·2·9호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초헌법적 국가긴급권을 창설하는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오씨 등이 제기한 대통령 긴급조치 1·2·9호의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옥고를 치른 오종상씨 등 6명이 2010년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3년 만이다.

다만 긴급조치의 근거가 된 유신헌법 53조는 심판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와 관련 헌재는 "유신헌법 53조는 긴급조치 발령의 근거규정일 뿐 심판 청구인의 재판에 직접 적용된 규정이 아니고 청구인들의 의사도 긴급조치의 위헌성을 확인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날 긴급조치에 대한 위헌을 선고하면서 긴급조치가 선포 절차와 내용에서 모두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영장주의 등 현행 헌법의 기본원칙에 어긋난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또 "입법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을 갖추지 못했고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참정권,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 신체의 자유,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 등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침해한다"고 밝혔다. 특히 긴급조치 9호의 경우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헌법개정 주체인 국민의 주권행사를 제한한 것으로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긴급조치 1·2·9호는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하고 처벌하는 규정을 둔 점에 비춰 최소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위헌심사 권한은 헌재에 있다"고 못박았다. 이는 긴급조치 위헌심사권을 둘러싼 대법원과의 갈등에 대해 헌재가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위헌 결정이 내려진 긴급조치 1·2·9호는 유신헌법 제53조를 근거로 발동됐으며 유신헌법 부정·반대·왜곡·비방행위 금지(긴급조치 1호), 긴급조치 위반 사범의 군법회의 회부(긴급조치 2호) 사전 허가 건을 제외한 일체의 집회·시위를 불허(긴급조치 9호) 등을 담고있다.

이들 긴급조치는 79년 박 전 대통령이 서거할 때까지 유지됐으며 국민적인 유신헌법 개정요구를 묵살하는데 동원되는 등 독재체제의 도구로 악용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편 청구인 오모씨는 1974년 버스에 동석한 여고생에게 정부시책 비판 발언을 한 혐의(긴급조치 위반)로 중앙정보부에 연행돼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징역 3년을 받았고 재심 도중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2010년 헌법소원을 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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