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500원하던 ‘대나무 비닐 우산’을 아시나요? 이제는 2만원..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6.19 11:23

수정 2014.11.06 01:30

누구나 한 번쯤은 아침에 우산을 챙기지 않아 하교 혹은 퇴근길에 갑자기 만난 소나기에 당황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은 쉽게 우산을 구입할 수 있지만 70~80년대에는 우산을 파는 곳이 흔하지 않았다. 이처럼 당시 예상치 못한 소나기를 만난 사람들을 구제해 준 물건이 바로 '파란 대나무 비닐우산'이었다.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된 파란 대나무 비닐우산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된 파란 대나무 비닐우산

■70~80년대 버스 정류장의 익숙한 풍경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홍반장처럼 70~80년대에는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면 버스정류장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었다. 파란색 비닐우산 한아름을 옆구리에 낀 우산 장수들이다. 대나무 살에 파란 비닐을 덮어 만든 일회용 우산은 사람들이 집까지 가는 동안 비를 맞지 않게 도와줬다.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춘 대나무 비닐우산은 60년대 무렵 처음 등장했다. 절정을 이뤘던 70년대엔 한 해에 몇 백만 개씩 팔리기도 했지만 이후 값싼 중국산 플라스틱 우산의 등장으로 대나무 비닐우산의 자리를 내주게 됐다.

한 때 서울 시내에만 100여 곳에 이르던 대나무 비닐우산 생산 공장도 80년대 무렵에는 10여 곳으로 줄어들었다. 1994년에 한 지상파 방송사는 국내 마지막 비닐우산 제작자로 알려진 김동식(당시 40세)씨를 주인공으로 '우산이요 우산'이라는 프로그램을 내보내기도 했다.

70년대 초 비닐우산 1개의 평소 가격은 30~40원 정도였다. 하지만 갑자기 비가 내리는 날이면 프리미엄이 붙어 50원씩 판매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당시의 한 일간지는 대나무와 종이로 만들던 종이우산이 과학발전의 힘을 입어 비닐우산으로 발전했다고 적기도 했다. 70년대 초에는 비닐우산이 '과학발전'의 산물이었던 셈이다.

71년 당시 50원 하던 이 과학발전 산물의 가격은 78년에는 200원까지 오른다. 이어 81년에는 400원~500원까지 오른다. 82년 당시 500원이었던 짜장면 한 그릇과 동일한 몸값을 인정 받은 셈이다.

한 온라인 오픈마켓에 2개 4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는 옛날 대나무 비닐우산
한 온라인 오픈마켓에 2개 4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는 옛날 대나무 비닐우산

■추억을 팝니다

일회용이긴 했지만 대나무 비닐우산의 품질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뒤집히거나 부러져 사람들의 짜증을 유발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대나무 비닐우산을 경험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낭패(?)였을 것이다.

불편했던 대나무 비닐우산의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그리운 향수가 됐다. 그리고 그 추억의 가격은 70년대 후반의 200원보다 무려 100배나 올랐다. 최근 한 온라인 오픈마켓 중고장터에는 옛날 대나무 비닐우산 2개가 4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 오픈 마켓에 대나무 비닐우산을 올린 판매자는 "약 30년 전부터 대나무 비닐우산을 제작하던 사람이 채산성이 맞지 않아 그만둔 후로 더 이상은 생산이 되지 않고 있다"며 "현재 국내에 남아있는 우산은 약 50여개 남짓"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나무 비닐우산을 주로 구매하는 고객은 방송사나, 테마 박물관 혹은 사진관 관계자 등이다"라며 "2010년 3월에는 당시 인기드라마였던 '제빵왕 김탁구' 제작진에게 6개를 판매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제빵왕 김탁구는 60년대부터 80년대 후반까지 경제 개발기를 배경으로 주인공 김탁구가 온갖 역경을 딛고 최고의 제빵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다룬 KBS의 드라마다. 60~80년대 파란 비닐우산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 드라마인 것이다.


이제는 박물관이나 드라마의 소품 혹은 오픈마켓의 경매 코너에서 밖에 볼 수 없는 파란 대나무 비닐우산에 붙은 2만원의 가격표는 '추억의 값'인 셈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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