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배임·횡령의 늪에 빠진 어느 중소기업 오너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26 17:39

수정 2013.11.26 17:39

#.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들과 만나 이야기할 때 일반 커피숍에서 할 수 있겠어요? 연예인을 보더라도 신경 쓰지 않을 정도의 최고급 술집을 이용할 때가 많습니다. 그 비용을 연예인들이 내겠습니까? 저는 외상술값으로 1억원을 내고 1000만원을 거스름돈으로 받아 본 적도 있습니다. 제가 술 마시는 걸 좋아해서 그런 돈을 냈겠습니까? 그 돈을 경비처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도 미치겠습니다."


회사자금 수십억원을 자회사에 대여한 후 이를 빼내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특가법상 배임.횡령)로 기소돼 최근 징역형을 선고받은 A엔터테인먼트 대표 B씨가 법정에서 한 말이다.

하나 또는 복수의 기업을 운영하는 실질적인 사주는 자신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을 혼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가 두 개 이상인 경우는 각 회사의 이익이 별개라는 점을 잊고 무리한 자금운용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칫 횡령.배임죄로 처벌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횡령·배임 '대여방식 가장' 빈번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횡령·배임은 사주가 대표이사 또는 구성원에게 자금을 대여하거나 코스닥 등록업체 등 대여가 금지돼 있는 경우 제3의 업체에 돈을 빌려준 후 그 돈을 다시 사주와 관련 있는 개인이나 회사에 빌려주는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문제는 이 같은 자금운용에 대해 사주는 물론 이사진조차 문제점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안 들키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비용처리할 수 없는 돈이 많이 들지만 회계나 세금 관련 법규가 비현실적이라고 느끼는 운영자는 이런 유혹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대법원 판례는 '대표이사가 회사를 위한 지출 이외 용도로 회사 자금을 가지급금 등의 명목으로 인출, 사용하면서 이자나 변제기의 약정이 없고 이사회 승인 등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는 것은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임의로 대여.처분하는 것으로 횡령죄가 된다'고 보고 있다. 또 회사 이사 등이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한 타인에게 회사자금을 대여할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알거나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합리적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않고 자금을 빌려줬다면 회사에 대한 배임행위가 된다. 여기서 회사 이사는 단순히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임죄를 면할 수는 없고 그 타인이 자금지원 회사의 계열사라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처벌강화로 회계 투명성 중요

그렇다면 회삿돈을 빼 사용한 후 문제가 되기 전에 다시 입금하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는 범죄가 이미 성립한 상황인 만큼 그 이후의 돈을 다시 회사에 입금했다고 해서 무죄로 볼 수는 없다. 도둑질을 한 후에 훔친 물건을 돌려줬다고 해서 절도죄로 처벌받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법률사무소 이신의 황규경 변호사는 "횡령이나 배임은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내 회사'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오너들에 의해 자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비공식적으로 지출되는 자금원이 많은 기업은 회사자금을 유출해 사용한 후 문제가 되면 나중에 메워넣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는 횡령 등으로 중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과거에는 횡령금액이 수십억원에 달해도 모두 변제하고 초범이라면 정상참작이 돼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었지만 최근 경제사범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동일한 사안에 집행유예로 판결받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회사 운영자로서는 엄격하고 투명한 회계처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하고 열정을 다 바친 '내 회사'라도 자금을 임의대로 융통하는 것은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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