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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빛과 소금,공복들] (14) 코끼리 밥통부터 명품가방까지..밀수품도 시대별로 달라요

장용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09 17:19

수정 2014.10.28 13:24

밀수품도 시대에 따라 제각각이다.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1960~70년대는 밥통, 보온병 등이 1순위였으나 지금은 미술품, 비아그라 등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다.
밀수품도 시대에 따라 제각각이다.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1960~70년대는 밥통, 보온병 등이 1순위였으나 지금은 미술품, 비아그라 등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다.

30년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수사관인 홍광만 팀장(58)은 부산지방관세청 조사국의 살아있는 역사책이다.

말단공무원으로 시작해 30년 동안 전문 밀수꾼들만 추적해 검거해왔다.
한때 부산항 인근을 주름잡던 조직폭력배들도 홍 팀장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가 처음 세관공무원을 시작했을 때 부산항에서 적발되는 밀수품은 일본산 전자제품이었다. 코끼리표 밥통과 지구표 보온병이 가장 대표적이었다.

한때 세관창고 가득 일본산 전자제품이 쌓이기도 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는 '워크맨'이라 불리는 일본산 소형카세트 라디오가 세관에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이 무렵 전문 밀수범죄 조직들은 금괴밀수에 나서기도 했다. 한때 금괴수입이 사실상 금지됐고, 고액의 세금이 붙기도 했기 때문에 금괴밀수는 큰돈이 됐다.

홍 팀장에 따르면 요즘에는 농산물 밀수가 극성이다. 국제 무역관행상 농산물에는 고율의 관세가 붙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200%의 관세를 물리기도 하는데, 농산물 밀수에 성공할 경우 잘만하면 3배 장사를 할 수 있는 셈이다.

고춧가루는 대표적 품목 가운데 하나다. 주로 고춧가루에 조미료 등을 섞어 가공한 '다대기'로 수입해 오지만 실제로는 물만 섞은 고춧가루로, 가공이 끝난 다대기보다 활용도가 넓어 훨씬 비싸게 팔리기 때문이다.

1970~80년대를 주름잡던 전자제품은 이제 밀수품목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짝퉁'으로 불리는 가짜 명품도 대표적인 밀수품목이다. 상표법 위반이기도 한 짝퉁은 적발되는 즉시 세관에 압류됐다가 폐기처분된다.

여행자들이 한두 개씩 소량으로 사들여오다가 적발되는 경우도 많지만 대량 유통을 목적으로 조직적인 밀수사건도 자주 발생하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국제택배를 이용한 짝퉁밀수도 많아졌다.

어떤 경우든 적발되면 압수 후 짝퉁 여부를 감별한 뒤 일괄폐기된다.

사치품은 시대를 가리지 않는 밀수품목의 감초다. 홍 팀장의 애제자인 장종희 행정관(43)에 따르면 1970~80년대에는 유행했던 롤렉스시계 밀수 대신 고급양주나 명품가방 밀수가 늘어났다.

이와 함께 최근 들어서는 미술품이나 문화재 밀수가 적발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실제로 부산세관 창고에는 80년 전인 '소화10년'에 만들어진 일본도가 보관 중이다. 이 칼은 조만간 문화재청에서 인수해갈 예정이다.


비아그라는 2000년대 이후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목이다. 작고 가벼워 대량밀수가 가능하지만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장 행정관의 경우 조끼 안쪽을 뜯어내고 비아그라 수천정을 숨겨 들어오던 외항선원을 적발한 적도 있다.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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