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얼굴인식 앱, 연예인 성명권·초상권 침해”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7 17:45

수정 2014.10.28 06:36

소녀시대와 보아 등 연예인들 수십 명이 자신들의 사진이 무단으로 사용됐다며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제작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사실상 승소했다. 이번 판결로 KT 자회사인 KT하이텔은 이들 연예인에게 억대의 배상금을 물게 될 처지에 놓였다.

서울고법 민사5부(이태종 부장판사)는 소녀시대 등 연예인 60명이 "퍼블리시티권(초상사용권), 성명권, 초상권을 침해당했다"며 KT하이텔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연예인 1인당 300만원씩 총 1억8000만원을 지급하라"며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초상권.성명권 침해만 인정

앞서 KT하이텔은 지난 2010년 '푸딩얼굴인식'이란 앱을 제작해 무료로 배포했다. 사용자가 인물 사진을 입력하면 이를 분석해 닮은꼴 연예인의 사진과 이름을 알려주는 무료 앱으로, 1525만여명의 사용자가 다운로드할 만큼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KT하이텔은 배너광고를 유치해 수익을 올렸으나 인기가 시들해지고 운영 손실이 생기자 지난해 4월 서비스를 접었다.


비슷한 무렵 소녀시대와 보아, 장동건, 배용준, 김수현 등 인기 연예인 60명은 "퍼블리시티권, 성명권, 초상권을 침해당했다"며 KT하이텔을 상대로 1인당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재판과정에서 KT 측은 "영리를 주된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닌 대중의 건전한 오락을 위해 앱을 제공한 것으로 공인의 사진, 성명을 사용한 행위만으로는 연예인의 명성이나 평가를 훼손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맞서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앱에서 사용한 사진이 이미 인터넷에 공개됐더라도 기업이 영리목적으로 사진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원고들의 자기 정보에 대한 통제권 및 초상과 성명이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며 성명권과 초상권 침해를 인정했다.

특히 재판부는 소송에 참여한 연예인들 일부가 얼굴인식앱을 이용한 검색 결과를 대중에게 공개해 홍보에 이용했더라도 이는 위자료 액수의 산정에 참작사항이 될 뿐 정당한 행위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퍼블리시티권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퍼블리시티권 판례 확립 시급

퍼블리시티권은 유명인의 초상이나 성명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권리다. 이는 상속과 양도 가능한 '재산권'이라는 점에서 성명권, 초상권 등 '인격권'과는 차이가 있다. 법원은 이번 판결처럼 성문법주의를 취하는 우리나라 법체계상 명문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대체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지 않아왔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8월 배우 수애가 "치아교정 전후 사진을 허락 없이 사용했다"며 강남의 한 치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퍼블리시티권 대신 초상권 침해 부분만 인정해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같은 법원은 가수 백지영과 유이가 사진 무단 사용을 이유로 각각 성형외과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모두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했다. 명문 규정은 없지만 성명, 초상에 대해 인격권이 인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처럼 퍼블리시티권을 놓고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법조계에서는 스타를 활용한 문화.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법 규정 마련과 함께 대법원 판례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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