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여객선 침몰참사] 생존 학생들 “어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장충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4 17:29

수정 2014.10.28 04:02

【 안산=장충식 기자】 "아이들은 어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존자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합니다."

여객선 침몰사고 9일째인 24일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경기 단원고에서 3학년 학생들의 등교가 재개됐다.

학교 입구의 오른편에는 실종자의 무사생환을 기원하는 내용의 노란색 리본이, 왼편으로는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국화 꽃다발과 못다한 이야기들이 적힌 편지들이 놓였다.

평소 생동감이 넘치던 등굣길이 이날은 학생들이 땅만 바라보며 걸어가는 모습이었다. 등교시간에 맞춰 찾아온 장례행렬이 지나갈 때는 잠시 머리를 숙여 예를 표하기도 했지만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생각에 학생들은 멈춰선 채 눈물을 흘렸다.

지난 16일 사고 후 휴교령이 내려진 지 8일 만에 등교한 3학년 학생은 전체 505명 가운데 480명이다.

학교에 나오지 않은 학생들은 희생자의 유가족이거나, 후배들을 보내는 발인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등교에 참여하지 않았다.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2학년 학생들로 인해 단원고는 학생과 교사 모두 슬픔 속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오랜만에 학생을 만난 교사들은 아이들을 안아주며 위로했고 아이들은 그런 교사들을 의지하며 무겁지만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일정을 소화했다.

교사들도 오히려 교사들을 더 걱정하는 아이들의 성숙함과 따뜻함에 많은 위로를 받았다. 3학년 학년부장 김학미 교사는 "등교할 때 아이들을 하나하나 안아주면서 서로를 위로했고 아이들은 친구들과 담임교사를 만나 안정되어가고 있다"며 "교사들을 더 걱정해 주는 모습에 서로 의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교사들은 침몰 사고 현장에서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로 인한 후유증도 우려되고 있다.

교육부 학생건강지원센터 정운선 센터장은 "현재 교사들의 상태에 따라 학생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 교사들이 안정되면 그만큼 학생들도 빨리 안정을 찾고 있다"며 "진도 사고현장에 파견돼 있는 교사들의 심리상태가 우려돼 빠른 복귀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센터장은 "지금은 생존자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며 "3학년 학생들의 인지력으로는 '어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못 구하는 것이 아니라 구하지 않는 것이다' 등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학교와 관련 기관 등은 단원고를 정상화하는 것이 학생과 학부모, 안산시 전체를 안정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여기고 학교 정상화에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단원고는 25일부터 심리치료와 함께 교과수업을 진행하기로 했으며 오는 28일부터는 1학년생들과 수학여행을 가지 않은 2학년 학생 13명도 등교한다.

이런 가운데 고려대 안산병원에 입원한 구조학생 74명은 상태가 호전되고 있으며, 이른 시간 내에 동시 퇴원시키는 방안이 추진될 예정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차상훈 병원장은 "학생환자와 보호자들은 의학적으로 퇴원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학생들끼리 가급적 함께 퇴원하길 원하고 있다"며 "병원 측도 심리적이나 정신건강학적 측면에서 함께 퇴원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동의하고 있고, 퇴원날짜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의료진은 이르면 하루 이틀 사이에 학생 일부가 퇴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어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임시 합동분향소에서는 이틀째 시민과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찾아오면서 이날 오후까지 3만명이 넘는 조문객이 다녀갔다.

jja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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