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독관은 "명절에는 돈이 들어가는 곳이 많은 만큼 가급적 명절 이전에 밀린 임금을 해결해주려고 노력한다"며 "평소에도 야근을 자주 하지만 명절을 앞두고 한 달 정도는 더 늦게까지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함께 근무하는 윤영숙 감독관은 주부여서 주말에는 일손을 놓으려고 한다. 직장과 가정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대학생 딸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다. 윤 감독관은 "'주말에는 쉬어보자' 싶어서 평일에 매일 같이 밤 11시까지 일을 하지만 제때를 못 맞추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민원인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급해져 집으로까지 일을 가져가기 일쑤"라고 푸념했다. 그는 "올해는 추석 연휴가 일러 여름휴가도 미뤘다"며 "3∼4일이라도 휴가를 가기 위해서는 2주 전부터 야근을 더 해야 맘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관은 "업무 범위가 확대되면서 10년 전에 비해 업무량이 2배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감독관이 옆에서 "여성감독관이 늘어난 것도 큰 이유"라고 거들었다. 그는 "지금은 여성 근로감독관이 40∼50%를 차지하는데 출산 및 육아 휴직 등으로 상당 기간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바로바로 그 자리를 충원하는 것은 불가능해 다른 감독관의 업무량이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근로감독관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근로감독관 1명이 맡은 사업장은 1736개에 달한다. 담당 사업장이 많을수록 노동법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근로감독관 제도의 취지가 퇴색해 증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근로감독관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조건 준수 여부를 감독하고 관련 법규 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근로감독관들의 근무여건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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