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성균관대,부모가 들려주는 입학식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25 17:19

수정 2010.02.25 17:19

“너에게 편지 한번 쓴 적이 없다는 걸 알고 아빠로서 새삼 부끄러워지는구나. (중략) 작년 한해 재수하느라 참 고생 많았다. 그래도 결실을 맺을 수 있어 너무 기쁘다. 1년 늦게 출발했다고 해서 결코 인생이 뒤처진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 이젠 너도 잘 알 것이다.”(사회과학계열 입학생 학부모 김모씨)

“부·권력·명예는 별도의 노력으로 축적되지만 지성은 일상의 생활에서만 축적될 수 있다. 그래서 현명한 사람은 별도로 노력해서 힘을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에서 힘을 축적한다. 그것이 바로 독서하는 습관이다.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가장 뛰어난 사람, 즉 가장 힘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눔으로써 그 힘을 전수하는 것이다.”(공학계열 입학생 학무모 안모씨)

성균관대(총장 서정돈)는 26일 수원캠퍼스에서 열리는 2010학년도 신입생 입학식에서 새내기 학부모들의 따뜻한 자녀사랑이 담긴 편지와 그들이 추천한 책을 신입생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성균관대 학술정보관은 최근 신입생 3300여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신입생 학부모 추천 독서편지’를 공모했다. 처음엔 인터넷의 발달로 편지 쓰기를 귀찮아 하는 세태 때문에 ‘과연 몇 통이나 올까’라는 걱정이 앞섰으나 25일 현재 1900여통이 답지해 학교 관계자도 놀랐다고.

성균관대는 지난해 11월 독서후기 등을 올리는 ‘오거서(五車書) 홈페이지(http://book.skku.edu/)’를 개설, 재학생과 졸업생이 책을 읽고 서평을 올리게 하고 있다.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구에서 따온 ‘오거서’(다섯 수레에 실릴 만한 책)를 통해 많은 책을 읽자는 독서운동이다.

학술정보지원팀 백인욱 계장은 “새 출발하는 신입생들이 지성인으로서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독서편지 공모에 참가한 학부모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2년 전 23년간 다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한 김모씨는 “문득 아빠의 대학생활이 생각나는구나. 4남매의 맏이인 아빠는 가정형편상 본인이 원하던 대학이 아닌 야간대학에 진학하여 주경야독으로 졸업할 수밖에 없었지. 그러나 그 시절 무엇보다 열심히 살았다는 아련한 기억이 떠오르는구나”라고 회상하면서 정민씨의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추천했다.

또 친부모를 잃은 아이를 입양해 키운 류모씨는 “작은 우물에서 뛰어올라온 개구리 ○○아! 넓고 넓은 이 세상에 활짝 날개를 펴고 비상해라. 항상 자랑스러운 성대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자. 그러다 보면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되고 글로벌 리더가 될거야”라는 강상중씨의 ‘고민하는 힘’을 추천했다.


한편 성균관대는 자녀를 애타게 사랑하는 학부모들의 사연에 감동을 받아 입학식 행사 중 인문사회과학캠퍼스와 자연과학캠퍼스의 대표학생 및 학부모를 단상으로 초청, 학부모가 직접 편지와 책을 자녀에게 증정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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