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한민국은 ‘新모계사회’] (2) 여성중심의 기업·사회변화 진단

박인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5.25 18:28

수정 2010.05.25 18:28

남녀 평등사회 분위기 확산과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 격상 등으로 과거 남성의 경제력에 의존하던 여성상에서 탈피해 자신의 생활을 영위하려는 당당한 30∼50대 여성이 갈수록 늘고 있다.

반면 부모들은 과거에 ‘똑똑한 며느리’ ‘일 잘하는 며느리’를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현명한 며느리’ ‘아들보다 연봉이 적은 며느리’ 등을 원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와 ‘신 모계사회’에서의 변화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신 모계사회’ 새로운 여성상

금융공기업에 근무하는 정희정씨(39·여·서울 영등포구)는 7000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있다. 정씨는 100여㎡의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취미생활로 매주 3∼4회 이상 수영을 즐긴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는 휴가철 등을 이용해 미국·일본 등 세계 10여개국을 다녀왔으며 최근에는 도자기 진열에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고가의 작품을 구입했다.

정씨와 같이 30대 이상 50대 이하 미혼 고학력 여성 중 사회·경제적 여유를 갖추고 있는 계층을 ‘골드 미스’라고 일컫는다.
이 계층은 자기성취욕이 강하고 자신에게 투자를 많이 하는 등 경제적으로 구매력이 높은 층으로 최근 이들에 대한 마케팅과 사회적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대졸 이상 학력, 고소득 전문직 혹은 중견·대기업 종사자, 연봉 4000만∼5000만원 이상, 아파트 혹은 현금자산 8000만원 이상을 갖춰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골드 미스’의 조건이다. 한국고용정보원 등에 따르면 2007년 기준으로 30∼45세 골드미스가 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으며 이는 2002년 3700명에서 5년 만에 8배로 늘어난 것이다.

■부모들, 잘난 며느리 ‘글쎄요’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김미순씨(67)는 최근 외국 유학을 다녀온 석사 출신 며느리를 맞았다.

김씨의 며느리는 외국계 증권회사에 다니면서 꽤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며느리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며느리가 하는 말을 잘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고 아들이 국내 대학 학사 출신이어서 혹시 며느리의 눈치를 보지는 않을까 염려도 되기 때문이다.

경북 포항에 거주하는 이영철씨(36)는 아내와 떨어져 지내고 있다. 아내가 회사 일로 1년간 쿠웨이트에 파견돼 있기 때문이다. 결혼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상황에서 해외근무를 한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아내가 자기계발을 위해 해외 근무를 고집해서 어쩔 수 없었다. 이씨의 부모는 좋은 대학을 나온 며느리를 맞아서 친척, 이웃들에게 자랑했지만 자신만 챙기는 며느리를 보면서 덜 배웠어도 남편 생각을 먼저 하는 며느리를 봤으면 좋았겠다고 아들에게 말하곤 한다.

결혼정보업체 선우에 따르면 최근 27∼33세 아들을 둔 여성 127명과 남성 32명을 대상으로 ‘자녀의 이상적인 배우자’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5.7%가 대졸 이상 학력의 며느리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며느리의 연봉수준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5.1%가 ‘2000만원 이하였으면 좋겠다’고 응답, 응답자 절반 이상이 소위 ‘아들보다 돈 잘 버는 며느리’를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자(字)가 사라져 간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이현석씨(35)의 집은 처가와 불과 100여m 떨어진 곳에 있다.

이씨의 장모는 직장에 나가는 아내를 대신해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을 매일 챙기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구에 거주하는 친할아버지·친할머니보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아이들에게 외할아버지·외할머니라는 인식은 사라진 지 오래다.

아이들은 오히려 외할아버지·외할머니, 외삼촌을 부르는 호칭에는 ‘외’자를 생략하고 ‘할아버지·할머니, 삼촌’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친가 친척들에게는 ‘친(親)’자를 붙이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씨는 “맞벌이 부부의 육아를 아내의 친정에서 책임지는 경우가 늘면서 이 같은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아이들에게 외가와 친가의 벽이 허물어진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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