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동복지

“다쳤어요? 본인 부담이에요” 특수고용직의 설움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0.31 17:38

수정 2010.10.31 17:38

# 올해로 3년째 간병인 일을 하고 있는 박모씨(52)는 얼마 전 환자를 돌보다 허리 인대가 늘어나는 사고를 당했다. 근무 중 사고였지만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회사측 말에 결국 본인 부담으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박씨는 “24시간 환자 옆에서 간병을 하다 보니 다치는 일이 허다하고 수개월 전에는 치매환자에게 주먹으로 폭행당하기도 했지만 하소연할 데가 없어 답답하고 슬프다”고 말했다.

간병인 등 특수고용형태근로종사자(특고근로자)들이 산재보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

특고근로자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중간성격을 가진 직종의 근무자들로 보험설계사, 레미콘 기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간병인, 택배 및 퀵서비스 배달원, 방송작가, 애니메이터, 대리운전기사 등이 여기에 속한다.

■“다쳐도 하소연할 데 없어요”

지난달 3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특고근로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근로자 보호 테두리 안에 속하지 않는다.
따라서 근무 중 사고를 당해도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현재로선 없다.

다만 보험설계사와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콘크리트 믹서트럭 운전자 등 4대 직종 근로자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2008년부터 산재보험법을 개정, 사업주와 절반씩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들 직종에 대한 산재보험 가입 역시 의무가 아닌 자율이어서 사업주 눈치를 보는 등의 문제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실제 고용부 통계에 따르면 4대 특수고용직의 평균 산재보험 가입률은 2008년 15.34%에서 2009년 11.17%, 올해 6월 현재 9.65%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 “새로운 논의 시작해야”

현재 자율적으로 산재보험 가입이 허용된 4개 직종(약 35만명)을 제외한 나머지 특수고용근로자들은 약 17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노동계는 추산한다.

노동계는 최근 이들에 대한 산재보험 전면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경영계와 고용부는 이들의 근로형태를 명확히 규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허용할 경우 사업주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다며 반대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특고근로자를 근로자로 보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많다”며 “현재 이들을 산재보험법 적용 대상에 추가할 것인지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10년 전부터 보험설계사 등 4대 직종은 조직적인 요구를 통해 법 개정을 이뤄낸 만큼 나머지 직군도 보다 강력한 요구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은수미 박사는 “1997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노동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근로자 형태도 다양해졌다”며 “현재의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제도는 전통적인 근로자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새로운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사업주가 산재보험료를 100% 부담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 등 선진국은 정부가 일정 부분 지원해주고 있다”며 “특고근로자 같은 사회안전망 소외계층을 편입시킬 경우 소득 노출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재원이 늘어나 정부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mountjo@fnnews.com조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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