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7개월에 걸쳐 연구 용역사업을 실시한 ‘방송매체가 안전의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방송매체에 대한 안전보건 실태 조사는 처음이다.
■예능·드라마 등 의도적 장면, 재해 위험
18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지상파 방송 TV프로그램과 관련, 시청자 936명을 대상으로 시청중 안전보건 위험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38%가 ‘흥미를 위해 의도적 장면 연출’을 가장 위험한 것으로 꼽았다. 이어 ‘보호장구 미착용 등 기본적 안전조치 미비’ 22.5%, ‘과도한 신체사용’ 24.6%, ‘열악한 환경’ 13.4% 등이 뒤를 이었다.
연령에 따른 프로그램 안전사고 인지는 60대가 78.6%, 40대 72.4%, 50대 69.7%, 30대 64.4% 등의 순이었다. 반면 10대(44.4%)와 20대(50.7%)는 상대적으로 인지경향이 낮았다.
안전보건 의식수준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은 38.2%가 예능프로그램을 꼽았다. 이어 드라마(29.7%), 체험프로그램(10.9%), 음악순위프로그램(8.6%) 등의 순이었다.
방송 시청 후 위험한 장면을 직간접적으로 모방한 경험은 응답자의 3분의 1(27%)이 “있다”고 답했고 이들 가운데 본인 또는 다른 사람이 다친 것을 본 경험은 32.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방송에서 안전보건상 위험성이 나타나면 이를 따라해 신체적 피해까지 입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조출연자 대부분 사고 경험
시청자들이 즐겨보는 방송프로그램의 안전 보건 위험은 실제 출연자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공단이 보조출연자 183명을 대상으로 사고를 인지, 또는 목격했는지 설문한 결과 75%가 “있다”고 답한 것.
경력이 많을수록 사고 경험도 많았다. 경력 10년 이상은 100%가, 5년 이상은 92%, 3년 이상은 91%가 사고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프로그램 제작 시 안전조치 여부는 잘 모르거나(21%) 없다(70%)는 응답자가 대부분이었다. 소화기나 구급약품 등 장비는 ‘충분하다’는 의견이 2%인 반면 ‘최소한 확보’ 22%, ‘본적 없다’ 71%였다.
특히 부상에 따른 치료비는 본인부담이 많아 약 66%가 본인부담으로, 제작사부담은 14%에 그쳤다. 산재처리는 6건(3%)에 불과했고 공제회 비용처리는 단 1건도 없었다. ■심의규정 및 교육 강화 필요
전문가들은 지상파 방송의 파급력이 상당한 상황에서 안전의식이 배제된 채 시청률만을 노린 프로그램 제작은 국민의 안전 불감증으로 이어져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미디어연구소 조준상 소장은 “방송사 및 외주제작업체들의 콘텐츠 제작과정에 안전관리 시스템 자체가 없다”며 “제작비용 부담보다는 관련업 종사자들의 안전의식 자체가 형성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노총 조기홍 산업안전국장은 “안전장치 없이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영웅시하는 등 방송사들이 지나친 시청률 경쟁으로 안전 불감증에 빠졌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안전에 대한 방송심의규정 및 제작진·출연진에 대한 안전보건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보조출연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 확대와 EBS 방송역무에 산업안전교육 관련 방송업무가 추가돼야 한다”며 “앞으로 방송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산업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mountjo@fnnews.com조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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