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방송 프로그램 ‘안전불감증’에 빠졌다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1.18 17:48

수정 2014.11.07 06:52

예능과 드라마 등 국내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 상당수가 안전보건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보조출연자들은 높은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도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파이낸셜뉴스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7개월에 걸쳐 연구 용역사업을 실시한 ‘방송매체가 안전의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방송매체에 대한 안전보건 실태 조사는 처음이다.

■예능·드라마 등 의도적 장면, 재해 위험

18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지상파 방송 TV프로그램과 관련, 시청자 936명을 대상으로 시청중 안전보건 위험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38%가 ‘흥미를 위해 의도적 장면 연출’을 가장 위험한 것으로 꼽았다. 이어 ‘보호장구 미착용 등 기본적 안전조치 미비’ 22.5%, ‘과도한 신체사용’ 24.6%, ‘열악한 환경’ 13.4% 등이 뒤를 이었다.


연령에 따른 프로그램 안전사고 인지는 60대가 78.6%, 40대 72.4%, 50대 69.7%, 30대 64.4% 등의 순이었다. 반면 10대(44.4%)와 20대(50.7%)는 상대적으로 인지경향이 낮았다.

안전보건 의식수준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은 38.2%가 예능프로그램을 꼽았다. 이어 드라마(29.7%), 체험프로그램(10.9%), 음악순위프로그램(8.6%) 등의 순이었다.

방송 시청 후 위험한 장면을 직간접적으로 모방한 경험은 응답자의 3분의 1(27%)이 “있다”고 답했고 이들 가운데 본인 또는 다른 사람이 다친 것을 본 경험은 32.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방송에서 안전보건상 위험성이 나타나면 이를 따라해 신체적 피해까지 입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조출연자 대부분 사고 경험

시청자들이 즐겨보는 방송프로그램의 안전 보건 위험은 실제 출연자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공단이 보조출연자 183명을 대상으로 사고를 인지, 또는 목격했는지 설문한 결과 75%가 “있다”고 답한 것.

경력이 많을수록 사고 경험도 많았다. 경력 10년 이상은 100%가, 5년 이상은 92%, 3년 이상은 91%가 사고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프로그램 제작 시 안전조치 여부는 잘 모르거나(21%) 없다(70%)는 응답자가 대부분이었다. 소화기나 구급약품 등 장비는 ‘충분하다’는 의견이 2%인 반면 ‘최소한 확보’ 22%, ‘본적 없다’ 71%였다.

특히 부상에 따른 치료비는 본인부담이 많아 약 66%가 본인부담으로, 제작사부담은 14%에 그쳤다. 산재처리는 6건(3%)에 불과했고 공제회 비용처리는 단 1건도 없었다. ■심의규정 및 교육 강화 필요

전문가들은 지상파 방송의 파급력이 상당한 상황에서 안전의식이 배제된 채 시청률만을 노린 프로그램 제작은 국민의 안전 불감증으로 이어져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미디어연구소 조준상 소장은 “방송사 및 외주제작업체들의 콘텐츠 제작과정에 안전관리 시스템 자체가 없다”며 “제작비용 부담보다는 관련업 종사자들의 안전의식 자체가 형성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노총 조기홍 산업안전국장은 “안전장치 없이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영웅시하는 등 방송사들이 지나친 시청률 경쟁으로 안전 불감증에 빠졌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안전에 대한 방송심의규정 및 제작진·출연진에 대한 안전보건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보조출연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 확대와 EBS 방송역무에 산업안전교육 관련 방송업무가 추가돼야 한다”며 “앞으로 방송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산업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mountjo@fnnews.com조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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