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화제의 법조인] 만화가로 활동하는 법무법인 강호 이영욱 변호사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9.28 17:19

수정 2011.09.28 17:19

"법조계의 이원복 교수가 되고 싶습니다."

법무법인 강호의 이영욱 변호사(사법연수원 34기)는 법조인이자 만화가다. 그것도 4분가량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에서 단편상, 각본상을 받았고 카툰 작품으로는 신한새싹만화상을 수상하는 등 나름의 화려한 경력도 갖고 있다.

그는 변호사로서 지적재산권 분야를 주로 다루고 있다. 이 역시 만화와 관련이 있다. 만화처럼 문화, 예술 등 지적창작물을 다루는 법 영역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사법연수원 시절 주저 없이 지적재산권을 전공으로 택했고 대학원(고려대 법무대학원 지적재산권법학과)에서는 '만화의 창작 및 이용에 관한 저작권상 문제에 관한 연구'란 석사 논문을 쓰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유독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대학시절에는 만화동아리 활동을 하기도 했다는 이 변호사는 법학을 전공했지만 대학졸업 후 광고회사에 들어가 3년간 AE(광고기획자) 등의 업무를 했을 정도로 처음부터 법조인을 꿈꾸지는 않았다.

그는 이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법조인이 되면 보다 큰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사표를 던지고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가 대학시절에도 하지 않던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만화에 대한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는 고시촌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고 느낀 것들을 당시 매주 한 편씩 '법률저널'에 4컷 만화를 연재했다. 사실상 데뷔작인 셈이다.

이를 계기로 주간 대한변협신문에 변호사의 매일매일을 그린 '변호사25시'와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발행하는 계간잡지 법률구조지에 '구공단 변호사와 상의하세요' 등의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신문연재를 하면서 그는 어렵고 딱딱한 법률지식을 만화로 쉽게 설명해야겠다는 새로운 시도를 계획하게 된다. 그는 "변호사로서의 법률지식과 내가 좋아하는 만화를 접목시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나온 것이 만화로 된 법률서적을 출판하는 것이었다"며 "학술적으로도 가치 있고 사회에도 유용한 책으로, 우리나라의 중요 판례를 만화로 그리는 판례만화책을 내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 이 변호사가 한 월간 어린이잡지에 연재중인 ‘동물나라 형법교실’

하지만 책 출간은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판례만화책의 공저자를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시장성도 없고 전례도 없다는 이유로 책을 선뜻 같이 쓰겠다는 사람이 없었던 것.

그러던 중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법연수원 동기 변호사에게 제안, '형사소송법' 판례책을 처음으로 출간했고 두번째인 '민법' 판례책은 친형인 이영창 서울고법 판사의 도움을 얻어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 변호사가 이제껏 펴낸 만화법률서는 모두 6권. 현재는 '만화 헌법 판례'를 집필 중이다.

그는 "법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이 책들을 통해 법을 쉽게 이해하게 돼 정말 반가웠다는 평가를 내려줄 때 행복하다"며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아직은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만 일부 법조인이나 교수들은 흥미있게 봐주는 것 같다.
그래서 의료법, 공정거래법 등 새로운 분야의 판례 만화책을 같이 써보고 싶다는 분들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법원 판결문에서 개선돼야 할 문제점에 대해서는 "판결문은 사건과 관련된 당사자가 법원 판단에 대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법을 공부하는 로스쿨생들도 판결문의 문장이 너무 길어 읽기 힘들다는 말을 한다.
판결문을 짧고 쉽게 쓰려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mountjo@fnnews.com조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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