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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사람] 노현경 인천시의회 의원

현영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10.28 17:18

수정 2012.10.28 17:18

[이슈 & 사람] 노현경 인천시의회 의원

【 인천=한갑수 기자】 "존경받는 선생님들이 승진과 근무평정을 빌미로 교장.교감에게 성희롱.성추행을 당해 왔다는 사실에 말을 잊을 정도였습니다." 노현경 인천시의회 의원(50·사진)은 인천지역 일부 학교에서 공공연히 자행돼온 여교사 성희롱.성추행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발본색원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천지역 교육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여교사 성추행 사건은 '여교사의 소리'라는 한 통의 익명 투서에서 시작됐다.

노 의원은 "투서를 받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며칠간 고민했습니다. 여교사가 시교육청에 2번이나 진정했으나 해결이 안 되니까 저에게 보낸 겁니다. 저는 인천의 시의원으로서 당연히 알아볼 의무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여교사들의 성희롱·성추행 사실을 대외에 알리고 지역사회의 이슈로 만들 의도는 아니었다. 시교육청을 통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시교육청의 안일한 태도가 그를 직접 뛰어들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처음에 그는 여교사 성희롱·성추행 문제와 애로점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시교육청에 전 학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는 조사 방법과 내용에 문제가 있었다. 설문내용이 4∼5문항 이외에 대부분이 핵심을 벗어난 것이었다. 다수의 교사가 비밀보장 등이 확보되지 않은 공개된 장소에서 설문조사를 작성해 개인 생각을 솔직하게 답변하기 어려웠다.

노 의원은 정확한 실태파악을 위해 직접 인천지역 초.중.고교 여교사 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교장.교감 등 학교관리자의 부당행위 여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이 중 500여명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이 답변에서 여교사들은 그간 가슴속에 담아뒀던 고충을 학교관리자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털어놨다. 한 여교사는 "회식 후 2차로 간 노래방 등에서 신체적 접촉을 요하는 블루스를 강요하거나, 손을 수시로 잡거나 손을 어깨에 올려 불쾌감과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많은 여교사가 성희롱·성추행 사례와 명절이나 학교관리자의 출장과 연수 시 선물과 상품권, 현금을 줬다고 폭로했다.

이를 두고 인천시 교육계뿐 아니라 서울과 지방 등 전국 교육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게 터졌다'는 반응과 '일부 문제를 과장해 전체를 매도했다'는 반응이 팽팽했다.


노 의원은 "여교사들의 애로사항이 수면 위로 올라온 첫 사건"이라며 "여교사 성희롱·성추행 문제는 인천지역의 문제만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이런 현상은 권한이 학교관리자에게 집중됐기 때문"이라며 "재발방지를 위해 설문조사 결과를 시교육청과 경찰에 넘겨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지난 24일부터 자체 감사에 착수했고 경찰은 시교육청의 감사 결과를 지켜본 뒤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kapso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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