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9부(이진만 부장판사)는 13일 혈우병 치료제를 투여한 뒤 C형 간염에 걸렸다며 김모씨 등 혈우병 환자 76명이 녹십자홀딩스와 대한적십자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피고는 원고에게 모두 4억5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만 국가에 대한 원고 측 청구는 기각했다.
앞서 김씨 등은 녹십자홀딩스가 설립한 한국혈우재단에 회원으로 등록한 뒤 재단을 통해 녹십자홀딩스가 제조한 혈우병 치료제를 유·무상으로 공급받았으며 이후 C형간염에 감염된 사실을 알게 되자 1인당 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A·B형 간염과 달리 예방백신이 없는 C형 간염은 간경화 환자의 12%, 간암 환자의 15%가 만성화된 C형 간염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간염 바이러스 중 가장 무서운 바이러스로 꼽힌다.
이번 소송을 기획한 혈우병 환자 2100여명의 모임인 한국코헴회는 판결이 확정되면 녹십자홀딩스 등을 상대로 다시 한 번 법적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코헴회 관계자는 "이번 소송의 원고들은 80~90년대 녹십자 측이 제조한 혈우병치료제로 인해 C형간염에 감염된 환자들로, 판결 확정 시 650명 가량의 피해자들이 추가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현재 같은 재판부 심리로 10여명의 혈우병 환자들이 치료제 투여 후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걸렸다며 녹십자홀딩스를 상대로 낸 소송의 파기환송심 결과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사건 1심은 혈우병 치료제 투여와 에이즈 감염 사이의 연관성을 인정해 배상 판결을 내렸지만, 2심은 연관성이 없다며 녹십자홀딩스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지난 2011년 9월 대법원은 "원고들이 혈액제제 투여 후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됐다면 혈액제제의 결함 또는 피고의 과실과 감염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한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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