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보조금 노린 어린이집 ‘불법 제안’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3.24 17:09

수정 2013.03.24 17:09

[단독] 보조금 노린 어린이집 ‘불법 제안’

#. 경기 파주시에 사는 30대 워킹맘 오모씨는 얼마 전 아파트단지 내 A어린이집 원장 B씨에게서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오씨는 지난해 11월 당시 11개월된 딸을 어린이집에 맡기기 위해 A어린이집을 찾았지만 막상 돌도 안 지난 아이를 맡기는 것이 걱정돼 '걸음마를 시작하면 보내겠다'고 말하고 사전접수만 해놓고 왔다. 하지만 오씨는 올해부터 영유아 보육료 지원정책이 확대되면서 15만원의 보육료를 받으며 당분간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계속 맡기기로 했다. 그러던 중 오씨는 최근 B씨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양육수당을 받으며 집에서 아이를 기르기로 했다는 오씨의 말에 B씨는 그 돈을 대신 줄 테니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아이사랑카드'를 미리 결제해 줄 것을 제안한 것. 오씨는 "실제 어린이집에 보내지도 않는데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다른 곳도 이런 편법을 쓰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며 "언젠가는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어린이집으로부터) 15만원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보조금 감소…허위등록 조장

24일 학부모와 어린이집 등에 따르면 0~5세에 대한 무상보육 전면 확대에 따라 25일부터 어린이육아가구에 대한 정부의 양육수당 지급이 본격화되면서 어린이집 입소 대신 가정 양육을 택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민간 어린이집이 정부 보조금 감소를 우려, 허위등록 등 불법행위를 조장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어린이집이 정원 문제로 미리 등록신청을 했지만 양육수당을 받기 위해 입소를 포기하는 부모들에게 접근해 대신 수당을 지급하겠다며 허위등록을 종용하고 있다.

최근 어린이집으로부터 비슷한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는 K씨(33.여)는 "양육수당으로 사설 어린이집 선호도가 크게 줄면서 어린이집들이 무리한 영업을 하는 것 같다"며 "안 그래도 보육 예산이 바닥날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보조금이 줄줄 새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연령대별로 차등화돼 있지만 어린이집이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최대 36만원인 데 비해 25일부터 처음 지급되는 양육수당은 최대 20만원으로 큰 차이가 난다. 어린이집이 허위등록을 통해 부모들에게 양육수당을 불법으로 지급하더라도 충분히 '남는 장사'인 셈이다.

■단속만으로 한계…불법 인식을

아동을 허위등록해 적발된 어린이집은 2009년 254건에서 2011년 417건으로 3년간 64%나 늘었다. 여기에 올해 양육수당 지원 확대에 따라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민간 어린이집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불법행위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국 어린이집 4만2000여곳을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800여명으로 공무원 1명당 50여곳의 어린이집을 감독하는 현 상황에서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별 부모참여 모니터링을 활성화하고 보육료를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무엇보다 어린이집 허위등록은 범죄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이 보조금을 부정수급하면 보조금 환수와 함께 운영정지, 자격 취소 등의 행정처분뿐만 아니라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또 보조금을 허위로 지급받게 한 자 역시 최대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한편 0∼5세 영유아에 대한 양육수당이 지급되면서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만 1세 이하 영유아를 무리하게 어린이집에 보내려는 부모들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만 0세와 1세의 어린이집 이용률은 이달 현재 각각 12.2%, 57.7%로 지난 1월보다 6.2%포인트, 11.1%포인트씩 오히려 낮아졌다.


보건복지부 이상진 보육사업기획과장은 "양육수당 확대라는 한 가지 변수가 만 0~1세 어린이집 이용률 하락폭을 모두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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