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KCD에 없는 유사암, 고액보험 안돼”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7.03 03:53

수정 2014.11.05 12:45

치료 방식이나 치료 후 생존율이 암과 유사하더라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상 암 질환으로 분류되지 않았다면 보험사가 일반암보다 보험금이 많은 고액암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는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통계청은 국가보건통계의 정확한 생산을 위해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하는 국제질병사인분류 체계를 골격으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KCD를 통해 모든 질병을 코드화하고 있다.

■유사암 보험금 지급 싸고 공방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부(이효두 부장판사)는 희귀성 난치병에 걸린 A양(3)의 부모가 "암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현대해상화재보험과 동양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A양의 아버지는 A양이 태어난 직후인 지난 2010년 11월 현대해상과 동양생명에서 판매하던 어린이보험에 각각 가입했다. 약관에서 현대해상은 다발성소아암(발생빈도가 높은 소아암)의 경우 5000만원을, 동양생명은 고액치료비 관련 암은 6000만원(가입 1년 미만 진단 확정 시 50%)을 암 진단급여금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두 상품의 계약내용은 차이가 있었지만 '다발성소아암' 및 '고액치료비 관련 암' 진단비에 대해선 의료기관으로부터 모두 KCD 중 악성신생물(암) 코드인 'C코드'가 부여된 질병으로 진단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었다.


그러던 중 A양 아버지는 2011년 6월 A양이 한 대형병원에서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 진단을 받고 조혈모세포(골수) 이식수술을 받자 보험금을 청구했다. 5만명당 1명꼴로 걸리는 혈액 종양의 일종인 이 질병은 KCD상 암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항암제 치료를 해야 하며 5년 생존율이 55%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재발 가능성이 높아 골수 이식이 동반되는 경우 치료비는 일반암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보험사 측은 해당 질병이 C코드가 아닌 경계성종양(유사암)인 'D코드'로 분류가 됐다는 이유로 약관에 언급된 '다발성소아암 이외의 암진단금' 2000만원과 '고액치료비 관련 암 이외의 암진단비' 1500만원만을 지급했다. 이에 A양 측은 "다발성소아암 및 고액치료비 관련 암에 해당하는 만큼 차액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항소심, 1심 뒤집어

이번 사건의 쟁점은 보험약관상 암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임상적 증상 및 치료방법, 예후 등이 암과 다를 바 없는 유사암일 경우에도 암관련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앞서 1심은 "해당 질병은 조직학적으로 암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치사율이 높아 임상학적으로는 암에 준하는 치료가 필요하다"며 현대해상은 암진단금 차액과 항암치료 및 수술비 등 3200만원을, 동양생명은 임진단금 차액 1500만원을 A양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유사사건의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해당 질병은 KCD상 악성신생물인 C코드가 아닌 D코드로 분류되는 질병으로 병리학적으로 다발성 소아암 또는 암에 해당하지 않음이 분명하므로, 임상학적 진단 등 다른 증거가 보충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며 보험사 손을 들어줬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 환자가 일반 암 환자와 같은 보험금 지급을 통해 제대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KCD 및 보험약관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A양 측이 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이번 판결은 확정됐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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