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9급 공무원 5급까지 25년 걸려..하위직 미래 암담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19 17:17

수정 2014.10.30 14:22

9급 공무원 5급까지 25년 걸려..하위직 미래 암담

"예전에 비해 학력 차별과 능력의 차이가 거의 없어지는 등 공무원 사회가 엄청난 변화를 거듭해 왔지만 공무원 채용제도와 직급 체계는 50년 전의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채용제도와 직급체계가 곧바로 공무원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입니다."(안전행정부 직장협의회 관계자)

공무원 사회를 중심으로 현행 공무원의 직급체계와 채용제도를 현실에 맞게 전면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무원 직급체계의 경우 현재 1~9급의 수직적 구조를 3~4개로 축소·통합해 소통을 강화하는 등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업무처리가 가능한 수평적 직급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9급과 8급은 단계적으로 폐지, 직급 간 차이를 줄임으로써 조직안정과 우수인재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무원 직급체계 50년된 후진형

19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직장협의회는 이 같은 내용의 인사 및 조직 쇄신 방안을 정식으로 제기하고 새로운 채용제도와 직급체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직장협의회는 고시 출신에 비해 비고시 출신이 많은 안행부의 경우 고시와 비고시 할당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가령 4급부터 시작해 3급, 고위공무원단 승진 또는 보직자리인 과장.국장.실장 직위에 할당제를 도입해 인사의 공평성과 형평성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협의회는 특히 7급과 9급 공채합격자도 고시출신인 5급처럼 법령 지침대로 임용 전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5급 공채는 임용 전에 1년간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7급과 9급 공채자는 교육기간이 몇 주에 불과해 공직사회 내 계급차별 등 심각한 부작용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중간간부인 5급에 비해 국민과의 접점에서 일하는 7~9급 공무원의 경우 오히려 충분한 교육기간을 부여해야 한다는 게 직장협의회 측의 설명이다.

나아가 정부 부처 조직 내에서 15명이 넘는 '대과'의 경우 2개과로 세분해 정상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보직 4급 이하 직원 전보인사의 경우 매년 3월을 기점으로 실시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예측가능한 인사가 이뤄져야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인사·조직체계 대수술 해야"

고위공무원단 승진 시 계급정년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재 경찰청과 소방방재청, 국정원과 군대 등에서 시행하는 '계급정년제'를 정부부처에도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계급정년제는 고위공무원단 진급 시 근무기한을 정해 인사 선순환을 꾀하자는 발상이다. 외국의 경우도 고위공무원단 제도 도입은 이 같은 인사선순환을 최대 목표로 정해 도입한 경우가 많다.

안행부 관계자는 "고위공무원은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기둥이지만 사정은 이와 정반대다. 고위공무원단으로 진입하고 나면 나태해지고 안일한 관행에 젖어 제도 개선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며 계급정년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5급 승진대상자도 고시출신자들처럼 승진 기본교육을 이수하면 바로 승진하도록 관계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5급 고시출신들은 교육이수와 동시에 초과현원이 발생하더라도 임용발령하지만 5급 승진대상자는 매년 최소 2개월에서 최대 2년 정도 기간이 소요돼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 때문에 초과현원이 발생하더라도 교육이수 후 바로 승진 발령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공무원법 임용령을 반드시 개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직장협의회 한 관계자는 "현재의 공무원직급체계는 50년 전에 설계된 후진국형 직급체계"라며 "근무환경과 공직 여건이 많이 바뀐 만큼 시대에 걸맞은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직급체계로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행부, 조직 및 인사체계 개편 추진

이런 가운데 안행부는 지난해 말 서기관 승진 정기인사 이후 전면적인 인사제도 개편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개편의 폭과 수위는 아직 명확히 나오진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구조 개편의 시동을 걸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직급구조 개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50년 전에 설계된 현재의 직급체계로는 현재의 상황에 맞는 인사 및 조직운용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국민과의 접점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하위직 공무원에 대한 공무원 사회 내 차별이 사라져야 한다"며 "이는 대통령이 강조한 비정상의 정상화 사례에 해당하는 것으로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안행부 김승호 인사실장은 최근 내부 e메일을 통해 "안행부 직원들의 인사운용 애로 및 건의 사항을 적극 반영해 합리적 인사구조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혀 향후 인사구조 및 조직 개편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최근 안행부가 발표한 공무원 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9급 공채 비율이 69.6%로 가장 많고 5급으로 승진하기까지 평균 25.2년이 걸렸다. 5급 승진과 동시에 퇴직을 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미래가 암담할 수밖에 없다.

특히 2008년 이후 고위공무원단 진입 및 5급 이상에서 승진 적체 현상이 나타났다.

고위공무원단은 2008년 2.6년에서 지난해 2.7년으로 승진 기간이 늘어났으며 6급 ,8급은 각각 0.5년씩 증가했다. 1급 공무원들의 재직기간이 장기화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고위공무원의 재직기간은 지난 2008년 1.9년에서 지난해 3.5년으로 두 배가량 길어졌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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