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국민행복시대 마을기업과의 동행] (中) 年50억 ‘나뭇잎 비즈니스’ 고령자들에 ‘제2 인생’ 열어주다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02 17:28

수정 2014.10.29 00:13

1968년 스코틀랜드 사우스 래넉셔 지역에서는 마을의 주요산업이었던 방직업이 쇠퇴하면서 지역도 함께 쇠퇴하기 시작했다. 1974년 설립된 문화유산보호단체 뉴 래나크 트러스트는 지역 방직공장들을 근대문화유산으로 보존하기 위한 운동을 펼쳐나갔다. 18세기 공장촌이라는 역사적 환경을 온전히 보존하되 더 이상 공장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 건물은 관광산업과 연계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스코틀랜드 지방정부와 문화재청 지원을 받아 대부분의 건물을 뉴 래나크 트러스트가 매입했고 매입한 자산을 운영하기 위해 트러스트 산하 마을기업인 '뉴 래나트 홈'을 설립했다. 뉴 래나크 홈은 매입한 건물을 공방, 레스토랑 등 각종 상업시설에 임대함으로 보존자원을 활용하는 동시에 지역의 새로운 산업 및 고용을 창출했다. 이처럼 마을기업은 외국 선진국에서도 활발히 운영될 정도로 새로운 지역공동체 문화를 일궈가는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외국의 마을기업은 통상 마을기업과 결합된 지역 공동체(Community) 형태를 띠는 곳이 대부분이다. 지역경제뿐 아니라 지역문화를 활성화해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지역의 공동체를 복원하기 의한 야심찬 프로젝트다.

이런 마을기업을 운용하는 국가는 일본, 미국, 캐나다, 스웨덴, 인도 등 선진국과 개도국을 망라해 저마다 특성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마을기업은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역공동체 복원 차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일본 가미가쓰마을의 마을기업인 이로도리에서 노인들이 직접 생산한 나뭇잎을 이용, 초밥을 장식하고 있다.
마을기업은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역공동체 복원 차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일본 가미가쓰마을의 마을기업인 이로도리에서 노인들이 직접 생산한 나뭇잎을 이용, 초밥을 장식하고 있다.


■영국, 마을기업의 천국

영국은 세계적으로 '마을기업의 천국'으로 불린다. 지난 3월 기준 9000여개의 '공동체 이익회사(CIC, Community Interest Company)'가 활약 중이다. 공동체 이익회사는 특정 공동체의 이익에 기여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주식을 발행할 수 없는 자선단체와 달리 배당액의 제한이 있는 주식을 발행, 커뮤니티에 공헌할 수 있게 했다.

영국 런던 웸블리에 있는 '민와일 스페이스'가 공동체 이익회사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2009년 설립된 민와일 스페이스는 정부나 지자체, 민간으로부터 비어 있는 공간을 빌려서 공동체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일종의 자산관리기업이다. 영국에서는 주민 중심의 마을 만들기 사업체가 이런 방식으로 자산을 이전받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민와일 스페이스는 특정 지역의 빈 곳이 왜 사용되지 않는지, 어떻게 하면 사용될 수 있을지, 소유주와 인근 주민이 만나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고자 설립된 기업이다. 민와일은 2012년 4월 웸블리 지역에 '커밍순 클럽(Coming Soon Club)'이라는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는 지역사회의 빈 공간을 지역주민을 위해 사용하도록 하는 프로젝트로, 사업목적이 정치적이거나 종교적이지 않고 지역 공동체에 공헌할 수 있다면 주민의 아이디어는 이곳 커밍순 클럽에서 언제든 실현할 수 있다.

축구클럽, 수공예 모임, 사진 전시, 영화 상영, 뮤직비디오 촬영 등 다양한 사업이 가능하고 주민은 이런 빈공간을 1일~1개월 동안 빌려 사용할 수 있다.

이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모자를 파는 한 상인은 상점을 얻을 수 있었다. 커밍순 클럽에서 자신이 만든 모자를 전시했고 주민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가게를 열게 된 사례다.

영국 런던에서 서쪽으로 약 110㎞ 떨어진 옥스퍼드셔 타클리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인구가 1000명 남짓한 마을 중심부에는 주민이 설립한 '올인원센터(All-in-one Centre)'가 있다. 1층짜리 올인원센터는 마을의 유일한 슈퍼이며 세탁소이자 우체국이다. 이 마을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피해갈 수 없었다.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났다. 그러자 상점이 문을 닫고, 우체국 같은 공공시설과 편의시설이 사라졌다. 마을이 공동화할 위기였다.

고민 끝에 타클리 주민은 2004년 아이디어를 냈다. 주민의 출자와 모금, 대출 등으로 40만파운드(약 7억2000만원)를 마련, '타클리 올인원센터'라는 마을기업을 세웠다.

■일본도 마을기업 5000개

일본은 '커뮤니티 비즈니스' 형태의 마을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지역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주민이 주체가 돼 지역자원을 활용해 비즈니스 형태로 해결해 나가는 사업을 말한다.

2012년 말 기준으로 일본의 커뮤니티 비즈니스 관련기업은 5000여개에 달하며 기업당 상근 고용인원이 평균 4명, 비상근 고용인원까지 포함하면 수만명의 종사자가 활동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일본 역시 우리에겐 벤치마팅 대상이다. 이 중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마을기업을 활성화한 가미가쓰마을의 사례가 눈에 띈다. 이 마을은 고령인구가 지역에 자생하는 나뭇잎을 일식집, 레스토랑에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로 유명한 지역이다.

가미가쓰마을은 공해가 전혀 없는 산골 마을로 이런 천혜의 자연자원을 활용하고자 1994년 4월 마을기업인 '이로도리'를 설립했다. 이로도리는 계절보다 더 빠르게 나뭇잎을 생산해 초밥 등 음식물에 장식하는 용도로 판매하고 있다.

이로도리는 단풍잎, 은행나뭇잎 등을 계절별 출하뿐만 아니라 비닐하우스 재배를 통해 우수제품을 도시 지역 음식점에 판매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역의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지역공동체 회복에 앞장서고 있다.

이런 결과로 최근에는 도시 지역의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이 지역에 정착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귀농·귀촌 인구가 급증하는 동시에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지역경제 또한 살아났다. 이 마을기업은 연간 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양세훈 박사는 "이로도리의 성장은 지역 농민을 설득하고 지도하고 생산된 제품을 직접 마케팅하면서 판매망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도쿄 도와긴자 시장은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대형마트 등 입점으로 시장이 쇠퇴하고 있었다. 시장 상인들은 상점가 진흥조합 등을 중심으로 시장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던 중 1990년 도쿄 도와 지역에 병원이 신설돼 병원 식당을 위탁운영할 업체를 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식당에 식자재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시장 상인들은 1990년 ㈜아모르도와를 설립했다.

41명의 상점 주인이 출자한 주식회사로 병원 식당을 운영하기 위한 마을기업이다. 이후 도시락 급식, 청소사업 등을 운영해 마을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으로 시장 내 문을 닫은 생선가게와 빵집 등을 인수해 경영하기 시작했다. 일상적 상행위가 일어나는 빵집과 생선가게만큼은 시장의 활력을 위해서도, 지역 공동체 간 소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판단해서였다.

■양극화·고령화 등 사회문제 대안

마을기업의 활성하는 최근 국제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양극화 심화, 일자리 문제, 고령화, 지역 공동체 침체 등에 대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와 민간 네트워크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마을기업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특성에 맞는 마을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등 기반 조성 구축작업에 정책적 방향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마을기업의 인적 기반을 장기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마을기업가' 육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지역 대학생 및 전문가그룹 등을 개별 마을기업과 매칭해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도록 장려하는 동시에 지역 젊은이들이 마을기업을 통해 창조적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장기적 관계망 형성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마을기업의 성패는 주민의 참여가 핵심이다.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법·제도적 정비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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