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민행복시대 마을기업과의 동행] (下) “퍼주기 아닌 자율적 복지로 고령화·양극화 문제 해소”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03 18:14

수정 2014.10.28 23:59

임경수 부산광역시 마을기업지원센터장, 정재근 안전행정부 지방행정실장, 박명분 한국마을기업협회장, 양세훈 한국정책분석평가원장(왼쪽부터)이 지난 2일 마을기업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좌담회 후 전통시장 활성화의 대표적인 모델인 서울 종로구의 통인시장 내 도시락카페 가맹점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임경수 부산광역시 마을기업지원센터장, 정재근 안전행정부 지방행정실장, 박명분 한국마을기업협회장, 양세훈 한국정책분석평가원장(왼쪽부터)이 지난 2일 마을기업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좌담회 후 전통시장 활성화의 대표적인 모델인 서울 종로구의 통인시장 내 도시락카페 가맹점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대담 = 정훈식 사회부장

"마을기업은 그동안 정부의 각종 지원 등을 통해 도움을 받아 왔지만 이제는 (사회에) 도움을 주는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민과의 연대를 통한 마을공동체 복원은 물론 자립기반을 토대로 지속 가능한 복지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박명분 전국마을기업협회 회장)

"사회적 약자들에게 퍼주기식의 일방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이들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일자리 제공을 통한 생산적 복지이며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룰 수 있는 수단이 바로 마을기업이지요. 특히 마을기업은 고령의 어르신들에게는 소일거리 제공을 통해 쌈짓돈 마련은 물론 건강증진, 더 나아가 외로움을 해소할 원천입니다.
"(양세훈 한국정책분석평가원장)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5길 통인시장 내 마을기업인 '도시락카페' 3층에서 열린 '마을기업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좌담회'에서 토론자들은 마을기업이야말로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고령화·양극화·농촌문제·복지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정책 수단이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지역주민들이 정부의 일방적 지원을 지양하고 마을기업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면서 노인 및 사회적 약자, 젊은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집단 소속감과 일체감을 형성시켜 '노동'의 소중한 의미를 깨닫게 해주고 자립기반 속에 생산적 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마을기업 발전방안 마련을 위해 파이낸셜뉴스와 안전행정부가 공동으로 진행한 이날 좌담회는 2시간여에 걸쳐 열띤 토론이 펼쳐졌으며 다양하면서 현실적인 의견이 개진됐다.

토론회에는 정재근 안전행정부 지방행정실장, 박명분 전국마을기업협회 회장, 양세훈 한국정책분석평가원장, 임경수 부산광역시 마을기업지원센터장이 참석했으며 정훈식 파이낸셜뉴스 사회부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마을기업 추진 배경과 그간의 성과 및 진행 과정에 대해 평가한다면.

▲정 실장=주식회사는 주주들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만든 기업이지만 마을기업은 마을 주민의 이익을 위해 만든 기업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지역공동체의 중심인 주민이 주체가 돼 마을에서 활용 가능한 자원을 사업아이템으로 삼아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을기업 정책을 도입했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로 평가받는 현 시점에서 기업뿐만 아니라 마을에서도 만들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지역공동체를 복원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이점 때문에 지난해 말 기준 전국적으로 1119개의 마을기업이 설립되는 등 양적으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마을기업의 업종이 대부분 중복돼 차별성과 경쟁력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점도 있다. 안정적 성장이라는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업종의 다양성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양 원장=그동안 마을기업은 농촌 지역에 많이 설립됐지만 도시형 마을기업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도시형 마을기업은 도시의 문화와 다양한 연령층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업종도 다양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마을기업들은 기존 지역상인이나 사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도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고 있다. 앞으로는 이 같은 질적수준 제고와 함께 저변확대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마을기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를 소개한다면.

▲정 실장=전국적으로 다양한 유형의 마을기업들이 설립돼 지역사회와 지역공동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서울 통인동의 '통인시장 도시락 카페'가 대표적이다. 시장 내 도시락 카페에서 엽전과 빈 도시락을 받아 시장 내 반찬가게에서 뷔페처럼 반찬을 구입하는 방식이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에도 10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일종의 관광명소가 됐다. 특히 침체돼 있던 통인시장에 젊은 사람들이 몰려오면서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으며 시장 전체의 매출도 동반 증가하고 있다.

▲임 센터장=부산지역에서는 노동 의욕을 상실한 '쪽방촌' 거주자들을 중심으로 쪽방촌마을기업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데 반응이 썩 괜찮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사람들에게 일회성이면서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이를 통해 자립심을 길러줌으로써 삶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들이 어딘가 소속돼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생기면서 점차 삶에 대한 의욕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마을기업이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양 원장=강원 양양군 소재 송천떡마을영농조합법인은 마을주민 참여가구당 100만원씩 출자해서 공동작업장을 만들고 마을 입구에서 떡을 판매, 수익의 10%는 공동기금으로 적립한다. 연말결산 때는 모든 출자가구에 배당금을 지급함으로써 주민들이 떡사업 등을 추진하는데 주인의식과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주민들이 마을에 대한 주인의식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노력은 물론 마을의 활력이 높아지고 일자리까지 창출되는 효과를 얻고 있다.

―마을기업 사업 정책을 추진하거나 실제 현장에서 마을기업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문제점은?

▲박 회장=마을기업은 지역공동체성과 더불어 사업성이 병존해야 하지만 그간 마을기업 운영 과정을 살펴보면 기업성을 좀 더 보강해 지속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또 마을기업 사업이 향토자원을 활용한 단순 먹을거리 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데다 참여자의 경우 청년층의 참여가 저조하고 50∼60대 이상이 약 65%를 차지하는 세대 간 불균형 현상도 해소해야 할 과제다.

▲임 센터장=지역적인 특징이 없는 일상적이고 단순한 상품과 복지적 차원의 서비스를 단지 마을기업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현재 운영 중인 '후견인 제도'나 '판매촉진위원회' 등 다양한 지원 활동과 함께 앞으로 지역 기업과 공기업이 주민과 함께 출자하고 운영하는 마을기업의 창업을 통해 안정적인 시장 확보와 일자리의 질을 높여야 할 시기다. 현재 부산에서는 한 공기업이 공동출자를 통해 지역주민들과 마을기업을 설립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런 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통해 지역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바로 창조경제다.

▲정 실장=마을기업은 '경영마인드'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마을기업이라는 명칭 자체가 사람들에게 친근감과 고향에 대한 느낌을 불러오는 강한 호소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마을기업 브랜드를 활용한 마케팅 개발과 관련, 교육이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이를 살리기 위해 정부는 마을기업의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형 마을기업'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기업의 목표의식을 도입해 참여자들이 지역과 주민연대 등 지역의 활력을 도모할 수 있다.

▲양 원장=마을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더 중시돼야 할 것은 마을기업이 스스로 문제와 한계를 인식해 이를 돌파해갈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다. 마을기업의 자생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는 구성원들의 의지와 각오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일반기업과 비교해 봐도 마을기업은 비록 영세하지만 생존율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지역과 밀착한 강한 연대 과정을 통해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마을기업이 지역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은.

▲정 실장=마을기업이 지역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마을기업의 사업성을 보강해 공동체성과 기업성이 동반 발전하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성공한 마을기업들은 리더의 역할과 기업의 목표의식, 지역적 연대 등 공통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정부도 이 같은 '스타마을기업'을 적극 발굴해 이들의 성공 요인을 다른 마을기업들에 제시하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함께 최근 부쩍 늘고 있는 귀촌·귀농과 관련해 마을기업이 이들에게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주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박 회장=마을기업들은 올해를 사회에 베푸는 해로 정해 마을기업이 창출한 소득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사회에서 도움을 받은 만큼 돌려주자는 취지다. 정부에서 1차로 지원해주는 지원금 5000만원은 매출 10억원에 해당하는 상당한 금액이다. 이를 낭비하지 않으려면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물론 소득의 일부를 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마을기업 정책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임 센터장=마을기업은 지역 공동체를 복원하고 일하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건전하고 사회 공익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마을기업이 활성화되면 지역이 활성화되고 주민이 행복해지는 무한한 사회적 가치가 있다.
사회 진출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꿈과 행복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적 대안과 희망을 주는 제도로 잘 가꿔 나갈 필요가 있다.

정리=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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