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자연물 저작권’ 인정 기준은 ‘창작성’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08 15:38

수정 2014.07.08 15:37

남씨의 저작물(왼쪽)과 피죤의 섬유유연제 물방울 이미지 자료:서울중앙지법
남씨의 저작물(왼쪽)과 피죤의 섬유유연제 물방울 이미지 자료:서울중앙지법

남씨의 저작물(왼쪽)과 피죤의 섬유유연제 물방울 이미지 자료:서울중앙지법

최근들어 물이나 태양 등 자연물(自然物)을 둘러싼 저작권 공방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자연물의 저작권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얼핏 보면 자연에 존재하는 형상에 대해서는 저작권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은 자연물 이미지라도 제작자의 '창작성'이 있다면 저작권법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구름·물방울 등더 창작성 있으면 저작물"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디지털 이미지 제작업체 운영자인 남모씨는 1998년께 포토샵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구름과 물방울 이미지를 제작, 2002년 여러 장의 CD로 제작해 판매했고 이 중 일부 이미지에 대해서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 등록을 했다. 그런데 생활용품 전문업체인 ㈜피죤이 섬유유연제 '투명한 자연이야기'의 용기와 광고물 등에 물방울과 구름 이미지를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남씨가 피죤이 무단으로 자신의 저작재산권 및 성명표시권을 침해했다며 1억원의 소송을 냈다.


이에 피죤 측은 남씨의 물방울 및 구름 이미지가 자연에 이미 존재하는 형상을 그대로 표현한 것으로 창작성이 없다는 점과 두 이미지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고 맞섰다.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에 대해 대법원 판례는 '창작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은 아니다. 단지 저작물에 저작자 나름대로 정신적 노력의 특성이 부여돼 있고 다른 저작자의 기존 작품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는 게 법원의 견해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심우용 부장판사)는 "피죤은 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남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작한 물방울 및 구름 이미지는 윤곽선이나 형태, 색채, 명암, 물방울에 빛이 반사되는 모습이나 구름에 햇빛이 비치는 모습 등이 원고 나름의 표현방법으로 세밀하게 표현됐다"며 저작권법 보호대상인 미술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와 피고의 물방울 이미지는 형태와 윤곽선, 음영처리 방식 등이 실직적으로 유사하다"며 "구름 이미지도 해상도 차이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사진 왼쪽은 케나의 '솔섬', 오른쪽은 대한항공이 2011년 광고에 사용한 사진 <제공: 공근혜갤러리, 대한항공>
사진 왼쪽은 케나의 '솔섬', 오른쪽은 대한항공이 2011년 광고에 사용한 사진 <제공: 공근혜갤러리, 대한항공>

■"자연경관 촬영사진은 저작권 아냐"

그렇다면 자연경관을 촬영한 사진도 저작권이 인정될까. 지난 2010년 대한항공은 여행사진공모전에서 강원도 삼척의 솔섬을 찍은 김성필 작가의 '아침을 기다리며'를 입선작으로 선정했다. 이 사진은 2011년 대한항공 방송 광고 한국캠페인에 사용됐다. 그러나 유명 작가인 마이클 케나의 한국 에이전시인 공근혜갤러리의 공근혜 대표는 대한항공의 광고 속 사진이 케나의 작품 '솔섬'의 저작권을 표절했다며 회사 측을 상대로 3억원의 소송을 냈다.


누구나 촬영할 수 있는 자연경관에 대해 독점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지난 3월 같은 재판부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동일한 피사체를 촬영하는 경우 이미 존재하는 자연물이나 풍경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촬영하느냐의 선택은 일종의 아이디어로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은 공 대표의 항소로 오는 22일 항소심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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