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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비엔날레 한국 이형구 작품 “흥미진진” 관람객 북적

박현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6.08 22:01

수정 2014.11.05 13:19

【베니스=박현주기자】“왜소 컴플렉스. 작품하면서 많이 극복됐어요.”

제 52회 베니스비엔날레 국내 작가 대표로 참가한 설치 조각가 이형구(39·홍익대·예일대 졸업)씨는 맨처음 ‘오브젝탈’작품을 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예일대에서 공부하면서 전철 등 대중교통을 탈 때 내가 그들과 비교해 왜소한 것에 상처를 받곤 했어요. 작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고 한편으로 덩치 좋은 남자가 되고 싶었어요”

코카콜라 PT병을 이용해 만든 기구에 물을 넣고 팔뚝을 집어넣자, 순간 확 커진 팔뚝을 보고 온 몸에 전율까지 느꼈다. 일상생활에서 넘치게 보는 아무것도 아닌 물건들이 그럴싸해보이면서 작가의 욕망을 실현시켰다. 이 기구들로 작가의 팔뚝은 뽀빠이 팔뚝이 됐고 손가락은 걸리버 손가락이 됐다.그의 욕망을 그가 손수 잘라만든 콜라PT병과 위스키잔이 실현시켰고 그는 팔뚝에서 더 진전해 얼굴로 전진했다.

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왜소 컬플렉스)를 끄집어낸 그의 작품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세계인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뿔테가 굵은 안경을 쓰고 단발의 머리가 유난히 잘어울리는 이씨는 군더더기 없는 몸집.

8일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 만난 그는 실제로는 그다지 왜소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한국이 베니스비엔날레에 참가한 1995년 이후 단독 전시작가로 처음 뽑힌 이씨는 “97년 이곳 비엔날레에서 강익중 이형우씨의 어시스턴트를 했는데, 10년 만에 그것도 단독 작가로 참가하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막식에는 철사로 연결된 투명 원형을 뒤집어쓰고 벌이는 오브젝탈 이벤트 퍼포먼스를 벌여 외국인들의 박수를 받았다.

한국관 전시는 이씨가 인체와 만화의 이미지를 응용한 작품으로 꾸몄다.레진(합성수지류)으로 뼈조각을 만들어 ‘아니마투스’를 만들었다.

아니마투스는 가상의 동물. 그러니까 만화속 캐릭터를 뼈조각으로 재탄생시켰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마자 한눈에 들어오는 작품 톰과 제리는 아직 국내 미공개 작품. 쫓고 쫓기는 속도감으로 빠르게 넘어가는 만화의 한장면을 보는 듯하다. 이번 작품배경은 그가 좋아하는 만화작가 조셉바바라가 90세로 사망,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의미도 있다.

“조각공부하면서 해부학은 기본으로 했고 동물해부는 따로 독학을 했어요. 날마다 뼈 연구를 했지요. 톰과 제리 만화를 너무 좋아해 이 만화영화 전집을 사다가 봤어요. 다시봐도 재미있더라고요.”

너무나 정교하고 세밀하고 색상도 진짜뼈와 구분을 못할 정도여서 사람들은 ‘가짜를 보고도 진짜’라고 생각한다.가상의 이미지에 불과하지마 마치 존재했던 것처럼 느껴져 실제 유골로 느껴질 정도다. 실제와 가상, 이 작품은 현실 자체가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원본을 제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비디오작업 역시 관람객들의 눈길을 붙잡고 있다.베니스에서 여러개의 헬멧을 뒤집어 쓰고 아무 말없이 베니스를 누비는 작품이다. 관광의 도시, 베니스를 사람도 없는 유령같은 도시로 연출, 베니스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프랑스 앙리꼬나바라 갤러리 관계자는 “전시 방식이 고고학적인 느낌이면서도 아주 흥미롭고 미래파적인 작업”이라고 극찬했다.


수도없이 갈고 깎고 색칠하고 상상력으로 창조해낸 유골들 작품.

자연사박물관같은 뼈조각으로 시선을 잡아끈 한국관 전시는 실제로 스위스 바젤 자연사 박물관에서 전시제의가 들어왔다.

이탈리아베니스 자르디니 카스텔로 공원,한적한 곳에 위치한 한국관.이씨가 왜소 컴플렉스를 느낄 정도로 다른국가관에 비해 작다.
흥미와 호기심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낚아채고 있는 그의 작품.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의 또다른 스타를 만들어낼지 주목되고 있다.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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