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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아트 톡톡톡] 미술시장의 말말말

박현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0.15 16:24

수정 2014.11.04 21:55

#장면 1

올해 들어 미술품을 사고 있다는 H씨.그는 최근 인사동을 자주 나온다. 물론 전시장도 찾아가기도 하지만 미술품 상담을 하기위해서다.

“K화백 작품을 샀는데, 어때요?” 어때요에는 ‘투자를 잘 했는가’라는 함축어다. 그와 마주앉은 화랑대표나 상담자가 “괜찮다”는 말이 나오면 그는 안도를 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요즘에 미술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고도 덧붙인다.

“누구 작품을 사면 어떻겠냐, 누구 작품을 얼마에 샀는데 잘 산 것이냐”등 그의 궁금증은 하늘을 찌른다.
그림을 감상하기보다 재투자가 목적이다. 억대의 작품을 사놓고 너무 막차를 탄 것 아닌가, 상투를 잡은 것은 아닌가하는 그는 불안감과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다.

#장면 2

“구작도 좀 구할 수 있을까요.옛날 작품도 좋은 것 같아요.” 90년대 부터 미술품을 수집했다는 40대 초반의 여성은 최근 스타작가 작품에 한마디로 필이 꽂혀있다.

그러다보니 작품이 맨 처음 탄생한 구작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 스타작가의 이전 작품은 어땠을까를 남편과 함께 작품 분석을 하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는 그는 어떻게 하면 구작을 구할 수 있을까하며 이리저리 수소문하고 있다. 그는 선호하는 작품에 대해 인터넷을 뒤지고 책을 사보고 작가도 직접 만나보기도 하면서 미술품을 소장하는 깐깐한 컬렉터다.

#장면 3

“요즘에 왜 전시를 안하냐고요?. 돈이 있어도 전시를 기획할 수 가 없어요. 요즘에 잘나가는 작가 전시하려고 10억원을 들고 가도 안한다고 합니다.”

인사동에서 화랑을 운영하는 Y대표는 유명작가 초대전 기획전은 언강생심이라며 울상이다.

예전에 친분때문이라도 작가들이 전시를 하곤 했는데 요즘에는 작품이 다 잘팔리거나 또는 작품이 없어서 전시를 할 수 없다고 하는 작가들이 많다는 것. 할수 없이 대관전이나 상설전밖에 할 수 없다는게 Y대표 말이다. 그는 미술품경매사덕분에 미술시장이 엄청 뜨거워졌지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날로 심해지고 있어 고민이 많다고 했다.

#장면 4

“작가도 거미처럼 변태해야돼.”

최근 술자리를 함께한 극사실화 스타작가 L씨가 느닷없이 거미이야기를 꺼냈다. 작업실에서 하루종일 그림을 그리던 그가 어느날 창문에 집을 진 거미들을 발견했다. 왜 거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도 잊고 매일 거미들을 관찰했다. 그러던중 어느날 그자리에서 꼼짝않고 있는 거미가 이상해 가까이가서 보니 거미의 허물이었다. 허물을 벗고 사라진 거미. 그는 그 허물을 보며 작업을 생각했다. 작가도 허물을 벗듯이 버려야 얻는다는 것. 그도 한창 인기있는 작품을 버리고 다음 작품을 준비했을때 사람들이 그 전 작품도 좋다며 주문을 해오기도 했지만 일체 거절했다고 했다.

잘 나갈때 다음을 준비하고,또 변화된 작품을 위해 연구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옛날엔 작품도 좋고 인기도 있던 이름이 현재 부각되지 않고 있는 것은 작품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지금의 작품을 버릴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내면이 담긴 추상작품을 하고 싶다”고 살짝 내비쳤다. 술이 거나해진 그는 “2등은 싫다. 나에게 2등이란 없다”면서 “내년엔 세계를 무대로 작품을 선보이겠다”며 야심을 보였다.

#장면 5

“미술시장이 죽었나? 왜이리 조용하지?” 최근 인사동 사람들은 미술시장이 조정국면에 들어간 것 같다고 말한다.

지난 9월 서울옥션-K옥션의 쌍끌이 쓰나미경매로 미술시장이 허해졌다는 것. 그림 살 사람은 그때 다 샀고 팔 물건도 그때 다 팔아서라고 이유를 댄다. 나까마화랑도 마찬가지. 그림사러 오는 사람이 부쩍 줄었다고 했다.

또 그동안 폭탄돌리기로 누구누구 작가 작품값이 후두둑 떨어지고 있다며 ‘작가가 안됐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경매사 P이사는 “지금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 누구누구게 작품값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아직 좋은 작품은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또 가격거품이야기도 나오지만 거품 논란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다. 지금은 시장이 죽은게 아니라 한 숨 돌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9월 대규모 경매를 끝내고 한숨 돌리는 양대 경매사는 11월 경매는 쉬고 12월 초 경매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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