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브라케티 쇼’ 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1.14 09:48

수정 2014.11.04 19:52

“나같은 사람이 되길 원한다면 절대 어른이 되지 말거라.”

극중에서 이탈리아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1920∼1993)가 던지는 이 말은 연극과 서커스, 마술, 영상 퍼포먼스, 인형극, 그림자놀이 등이 혼합된 ‘천의 얼굴을 가진 남자, 브라케티 쇼’를 한 마디로 설명해준다. 찰리 채플린의 코미디와 로베르토 베니니의 동심, 짐 캐리의 다양한 표정 연기가 한 데 녹아있는 ‘브라케티 쇼’는 순수하기만 했던 어린시절의 추억 속으로 성인 관객을 안내한다.

유럽에서는 이미 스타덤에 오른 유명 배우이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낯선 아르트로 브라케티(40)가 한국에 온다. 내년 1월4일부터 2월14일까지 경기 분당 성남아트센터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지는 자신의 쇼 ‘천의 얼굴을 가진 남자’를 위해서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캐나다와 미국을 물론 유럽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브라케티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의상을 갈아입고 여러가지 캐릭터로 변신하는 능력을 가진 ‘퀵체인지(Quick Change·빠른 배역 변환)’의 대가. 이번에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그의 대표작 ‘천의 얼굴을 가진 남자, 브라케티 쇼’도 퀵체인지를 근간으로 한 화려한 퍼포먼스 쇼다. 이 쇼에서 브라케티는 일곱살짜리 어린 아이였가다 열일곱살의 소년이 되고 마흔일곱의 중년남자가 됐다가 일흔일곱 살의 꼬부랑 노인이 되기도 한다.
인터미션을 포함해 총 120분간 진행되는 공연에서 브라케티는 무려 100가지 캐릭터로 변신해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한다.

‘달콤한 인생’ ‘길’ 같은 영화를 만든 이탈리아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에 대한 오마주(경배)로 대미를 장식하는 ‘브라케티 쇼’의 무대는 고향집 다락방이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고향을 찾은 브라케티가 다락방에서 발견한 낡은 장난감 상자를 열자 어릴 적 꿈과 환상 속의 캐릭터들이 되살아나면서 어린시절로의 추억 여행이 시작된다. 할머니의 모자는 수십 가지의 캐릭터로 변신하고 오래된 앨범 속의 가족들이 되살아나 브라케티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브라케티의 어린시절을 달래줬던 작은 인형들의 춤과 달빛 아래 펼쳐지는 그림자 놀이도 동심을 자극한다.


‘천의 얼굴을 가진 남자, 브라케티 쇼’의 하이라이트는 2부에 선보이는 ‘할리우드 이브닝’. 영화 ‘시네마 천국’의 주인공 토토처럼 영화를 몰래 훔쳐보며 외로움을 달랬던 어린시절의 브라케티가 ‘007 제임스 본드’ ‘십계’ ‘사운드 오브 뮤직’ ‘오즈의 마법사’ ‘캬바레’ ‘싱잉 인 더 레인’ ‘카사블랑카’ ‘킹콩’ ‘스타워즈’ ‘미키 마우스’ ‘프랑켄슈타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등의 주인공으로 변신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온다.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변신도 놀랍지만 단 0.5초만에 순식간에 배역을 바꾸는 그 속도에 관객들은 혀를 내두르게 된다.


지난 1999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초연돼 프랑스 몰리에르상과 캐나다 올리비에상을 수상한 ‘천의 얼굴을 가진 남자, 브라케티 쇼’는 그동안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1000회 넘게 공연하며 1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였다. 4만∼13만원. (02)2149-8810

/jsm64@fnnews.com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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