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지킬 앤 하이드” 루시 김선영을 만나는 기쁨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1.18 10:33

수정 2008.11.18 10:33

▲ '지킬 앤 하이드'의 김선영
‘왕의 귀환’이라는 포스터의 문구는 조금도 과장이 아니었다.

IMF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경제 불황으로 문화·공연계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은 거짓말이었나 싶게 공연장에는 일찍부터 관객들로 가득 찼다. 막 퇴근하고 나온 듯 양복을 차려입은 직장인들부터 팬클럽인 듯한 학생들, 느긋하게 문화 생활을 즐기는 것 같은 부부 관객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등장을 고대하고 있었다.

이미 2번이나 공연을 봤고 OST를 귀가 아프도록 들어서 뮤지컬 넘버들이 익숙하지만 공연장에서 듣는 생생한 라이브는 언제나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이날의 캐스트는 최고의 조합이라 불리우는 류정한, 김선영, 김소현으로 이미 이 공연을 여러번 해본 베테랑들이라서 안정감을 갖게 했다.

이날 가장 감탄을 자아낸 배우는 단연코 김선영이었다.
이전 다른 공연에서 본 루시들은 뛰어난 가창력, 섹시한 모습으로 나타나긴 했으나 거리의 여자로서의 피곤함과 내면에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간절히 나타내는 양면성을 보여주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여자’의 느낌보다는 ‘소녀’의 느낌이 배어나와 연륜이 다소 부족한 느낌을 주었다.

반면 이날 김선영은 삶에 지친 거리의 여자로 남자들을 가지고 노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닥터 지킬을 만나면서 부질없는 희망을 꿈꾸는 모습, 미스터 하이드의 공포감에 짓눌리는 모습까지 다양한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특히 뛰어난 가창력은 관객의 감탄을 자아냈다. 루시의 독창곡인 ‘Someone Like You’에서 시원한 가창력으로 시선을 한숨에 사로잡았고 안타깝게 사라지는 직전의 불안한 희망을 노래한 ‘A New Life’에서는 조금도 힘들어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높은 음정을 너무 자연스럽게 처리해서 관객들의 갈채를 받았다.

류정한의 노래와 연기 역시 훌륭했으나 대체로 지킬 보다는 하이드에 치중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지킬 앤 하이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인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에서는 이전 공연보다 곡이 다소 빠른 감이 있었고 진중한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배우가 숨가쁘게 다음 소절을 부르는 느낌을 주었다. 전체 뮤지컬 넘버들을 새롭게 편곡하면서 예전보다 곡들을 전반적으로 빠르게 한 느낌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배우들이 박자를 놓치지 않으려 서두르는 느낌을 받게 됐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공연의 음악은 지나치게 빠르고 팝적이어서 감흥을 다소 흐트러뜨리는 듯했다.

여전히 사랑스럽고 귀여운 엠마 김소현의 노래는 루시와의 이중창인 ‘In his eyes’에서 아쉬움을 갖게 했다. 부드럽고 가녀린 음색 때문인지 이전 공연에서도 그렇고 항상 루시와 노래를 부를 때면 엠마의 목소리가 거의 사라져버려서 루시가 혼자 부르는 느낌이 든다.
OST에서는 그녀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리는 반면 공연 때는 언제나 루시의 목소리에 묻혀 아쉽다.

이날 전체적인 무대 장치도 만족스러웠고 하이드가 루시의 방안에서 등장하는 장면은 관객들도 놀랄 정도로 극적인 효과를 주었다.
다만 지킬과 하이드가 동시에 나타나는 ‘Confrontation’에서 조명이 좀더 극단의 인물을 표현할 수 있도록 더욱 강한 효과를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mchan@fnnews.com한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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