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브로드웨이산책] 미국인들의 향수 달래주는 “저지 보이즈”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4.20 15:36

수정 2009.04.20 15:31

2005년 초연해 다음해 토니상 최우수작품상을 거머쥔 브로드웨이 뮤지컬 ‘저지 보이즈’의 인기는 3년 반이 지난 지금도 식을 줄 모른다. ‘저지 보이즈’는 이제 뉴욕을 넘어 미국 전역은 물론 영국 런던, 호주 멜번 등에서도 절찬 공연 중이다. 게다가 얼마전엔 올리비에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 바다 건너 런던에서도 그 인기가 대단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저지 보이즈’는 1960년대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돌풍을 몰고왔던 전설적인 록 가수 프랭키 밸리와 유명 록앤롤 그룹 포시즌스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게 될 때까지의 성장 과정을 잘 묘사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뮤지컬이다.

4명의 멤버들이 들려주는 그들의 실제 이야기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주옥같은 명곡들과 함께 흘러가면서 포시즌스는 동시대 그룹이었던 영국의 비틀즈나 미국의 비치보이스 등과는 또다른 그들만의 색깔을 찾아간다. ‘토미(The Who’s Tommy)’ ‘빅 리버(Big River)’ 등으로 2번이나 토니상을 수상했던 베테랑 연출가 데스 맥어너프는 하나의 작품 속에서 4명의 배우들이 모두 각자의 시선으로 그룹의 탄생부터 해체까지 모든 역사를 이야기하게 하는 동시에 무려 30여곡에 이르는 노래를 부르게 한다.


배우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이야기를 잔잔한 배경음악을 벗삼아 들려줄 땐 마치 우리 부모세대 때 유행했던 카페 DJ의 이야기를 들으며 여유를 즐기는 듯하고, 또 4명의 배우가 기타를 메고 드럼을 치며 조금은 촌스러운 율동과 함께 흥겨운 노래를 들려줄 땐 마치 실제 포시즌스의 콘서트장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심지어 맞은편 좌석에 앉아 있던 한 백인 할머니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손뼉치고 열광적으로 몸을 흔들기 시작하자 모든 관객들이 일제히 일어나 합창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수도 있다.

재미난 것은 ‘저지 보이즈’가 브로드웨이 뮤지컬 특유의 화려한 무대장치나 특수효과 없이도 관객들을 작품 속에 쏙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지녔다는 점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공감대 형성에서 비롯되는 ‘저지 보이즈’의 매력은, 그룹 포시즌스의 노래를 잘 모르거나 그들에 관한 추억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최대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사실 1960∼70년대 이후에 태어난 젊은 한국인이라면 특히 감동이 덜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룹 포시즌스는 한국으로 치면 60∼70년대를 풍미한 가수 남진이나 나훈아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추억의 달고나를 모르는 사람이 달고나를 먹었을 때 그 맛을 100% 음미할 수 없듯이, 당시에 대한 향수를 공유하지 못한다면 그 감동 역시 반감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성공과 좌절, 그리고 화해라는 스토리라인은 사실 너무 뻔한 내용이이서 2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뉴욕=gohyohan@gmail.com한효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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