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유쾌한 B급영화의 진수 “마셰티”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4.22 18:59

수정 2014.11.06 20:38


영화가 시작한지 불과 3분, 스크린은 금새 핏빛으로 물든다. 라틴 영웅 멕시코 연방보안관 마셰티(대니 트레조)의 칼은 악당의 손을 자르고, 머리를 뎅강 벤다. 칼이 적의 몸을 관통해 등으로 빠져나오는 건 예삿일이다. 심지어 마셰티는 적의 창자를 꺼내 밧줄처럼 이용하며 창문으로 탈출한다.

이런 잔인하면서도 통쾌한 B급영화 ‘마셰티’를 만들기 위해 쿠엔틴 타란티노(제작)와 로버트 로드리게즈(감독)이 손을 잡았다. 로드리게즈 감독이 연출한 ‘그라인드 하우스’(2007)에 가짜 예고편으로 살짝 등장했던 ‘마셰티’가 정말 관객을 찾아올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터. ‘마셰티’가 더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다.


멕시코에서 함정에 빠져 가족을 모두 잃은 마셰티는 3년 후 미국 텍사스주에 밀입국한다. 우연히 그의 위력적인 주먹을 눈여겨 본 미 상원의원 맥라플린(로버트 드니로)의 정치적 심복 손에 이끌려 청부살인 음모에 말려들게 된 마셰티는 졸지에 암살범 누명까지 쓰며 쫓기는 신세가 된다. 정의를 수호하는 마셰티는 더럽혀진 자신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피의 복수를 시작한다.

▲ 극 중 마셰티(칼)을 손에 쥔 대니 트레조(자료제공=코리안 스크린)

“막장 액션의 끝을 보여주겠다”는 감독의 각오처럼 일부러 거칠게 찍은 화면과 엉성하게 엮은 편집, 앞으로 펼쳐질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 선곡한 배경음악 등 B급영화의 요소를 두루 선보인다. 짧지만 위트 넘치는 대사 역시 관객의 배꼽을 훔친다. 가령 “마셰티는 문자 보내지 않는다(Machete don’t text)”는 대니 트레조의 입을 통해 전달되며 웃음을 증폭시킨다.

미녀만 보면 드러나는 마셰티 캐릭터의 매력 또한 하나의 재미 요소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던 그는 헐벗은 미녀의 유혹을 절대로 거절하지 않는다. 게다가 가능하다면 이들을 통째로 ‘보쌈’한다. 제시카 알바, 린제이 로한, 미셸 로드리게즈 등 할리우드 미녀들이 줄지어 그의 여자가 된다.

▲ 서서히 마셰티의 매력에 빠져드는 사르타나(제시카 알바)(자료제공=코리안 스크린)

영화는 팝콘무비처럼 재밌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극 중에 녹아있는 현실에 대한 절묘한 묘사와 풍자는 ‘마셰티’를 단순히 오락영화로만 남겨놓지 않는다. 미국의 극우세력(국경수비대)은 미국 국경을 넘는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을 총으로 쏴 죽이면서도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이들과 연관된 현직 상원의원은 재선을 위해 멕시코의 마약밀매상(스티븐 시걸)과 모종의 거래를 통해 검은 정치자금을 마련한다. 불법이민자를 추방하면서도 그들을 통해 이익을 취하는 미국의 이중적인 태도를 비꼰다.
라틴계 신부가 십자가에 처참히 못 박혀 죽거나 수녀 복장을 한 에이프릴(린제이 로한)이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총질을 난사하는 장면 또한 인상적이다.

▲ 극 중 맥라플린 미 상원의원으로 등장하는 로버트 드니로(자료제공=코리안 스크린)

로버트 드니로, 스티븐 시걸, 린제이 로한, 제시카 알바까지 호화 캐스팅이 눈길을 끈다.
21일 개봉했으며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았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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