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중국은 컬렉터만 8천만명…두아트갤러리 등 한국화랑 10곳 진출

박현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0.04 15:19

수정 2014.11.04 22:57



【베이징=글·사진 박현주기자】지난달 21일 중국 베이징의 신흥 예술구역 차오창디 지역이 또한번 주목을 받았다. 스위스 벨기에 독일 미국 등 대규모 갤러리들이 들어서 있는 이곳에 한국의 ‘두아트 갤러리’ 개관식 때문이었다.

허름한 주택가 골목길로 이어진 갤러리촌은 사람들과 자동차로 뒤엉켰다. 벤츠 BMW 아우디 등 고급자동차들이 이어져 ‘여기가 중국 맞나(?)’ 할 정도다.

장샤오강·쩡판즈 등 중국현대미술 블루칩작가들의 등장은 물론, 중국 최대 부동산브랜드 성건, 모토로라 중국지사 총재, 중앙미술학원 부원장, 스탠포드대학-중국 공무원 연구소 최고 경영자과정 CEO 등 중국내 업계 50위권에 꼽히는 VIP 300여명이 방문했다.

팔짱을 낀 채 눈을 크게 뜨고 갤러리를 쳐다보는 중국 사람들 모두가 짐짓 놀라는 눈치다.
속내를 훤히 드러내 보이지 않는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 나지막하게 “와∼ 대단한걸!” “훌륭해!”라며 웅성웅성 말을 흘렸다.

갤러리에 들어선 관람객들은 세련된 인테리어에 놀라는 분위기다. 중국의 갤러리들이 대부분 철조가 그대로 드러나는 ‘시멘트 공간’인 것에 비해 하얀 페인트칠로 마감한 두아트갤러리는 화장을 곱게 한 ‘고급 카페’같았다. 총 4개의 널따란 전시장은 서울의 갤러리 현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2000㎡(600여평) 지상 1,2층규모의 두아트갤러리는 한국의 대형화랑인 갤러리 현대가 세운 갤러리라는 유명세로 중국언론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한국의 작가들이 아닌 중국현대미술 신진작가를 발굴 소개하는 개관전을 마련, 중국미술시장의 시선이 쏠렸다.

세계 미술계의 이머징 마켓인 중국 베이징은 중국미술의 심장부다. 쟈더·폴리 등 157개의 미술품경매사가 성황이고 연간 2조원 규모의 미술품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년전부터 베이징에 한국갤러리들의 깃발이 곳곳에 휘날리고 있다. 중소화랑부터 대형상업화랑이 세운 두아트갤러리까지 벌써 10곳의 한국화랑들이 베이징에 진출했다. 중국 내 문화영토를 점유하고 있는 한국갤러리들을 찾아가봤다.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미술시장'으로 들끓고 있는 베이징은 2008년 북경올림픽을 앞두고 가는 곳곳마다 공사가 한창이다. 도심 곳곳에 초고층 빌딩이 세워지는 것은 물론, 외곽까지 굴삭기가 바쁘게 움직이고 망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베이징은 컨템포러리 아트의 글로벌 열풍으로 2010년까지 1000개의 미술관이 건립될 예정이다. 특히 관광지로 유명해진 예술특구는 점점 확장되고 있다. 예술특구는 다국적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한국갤러리는 벌써 10여곳이 들어섰다.

120여개 작업실과 갤러리가 운집한 따산즈에 2004년 이음갤러리(현재 눈갤러리)를 시작으로 묵·공·아트싸이드, 지우창에 아라리오, 표, 문갤러리, 그리고 환티에에 금산갤러리, 차오창디에 PKM, 두아트갤러리가 간판을 내걸었다. 군수공장지대와 양조장을 개조해 갤러리와 작가작업실로 이용되고 있는 예술구역은 1년 단위로 새로 생겨나면서 중국 땅값을 올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갤러리들이 들어서면서 주변 땅값이 오르고 급등한 땅값과 주변의 소란스러움을 견디지 못한 작가들이 점점 외곽으로 벗어나는 형국이다.

미국 스위스 벨기에 독일 등 세계 각국의 작가들이 몰려들고 있는 베이징은 '국경없는 문화촌'으로 계속 몸집이 커지고 있다.

베이징에 한국갤러리의 물꼬를 튼 아라리오 갤러리와 최근 개관한 두아트갤러리, 신생예술구역 허거정에 100㎡(30평)씩 5채의 작가작업을 마련한 문 스튜디오를 들여다봤다.

■두아트갤러리 중국 신진작가 8명 개관전

지난해 11월 한국의 PKM갤러리가 먼저 둥지를 튼 차오창디예술구역에 최근 개관한 두아트갤러리는 중국 신진작가 발굴에 나서는 모습이다. 설계사를 3번이나 바꾸면서 인테리어를 했다는 이곳은 약 1983㎡(600평)규모에 중국작품들을 20여점 내걸었다.

까오 스치앙, 탕커, 친치, 지아 아이리, 청란 등 개관전에 초대된 8명의 작가들은 중국내 정치적 주제와는 거리가 멀다. 소비문화·도시화 등 중국 사회에 불어닥친 새로운 바람을 겪으며 성장한 세대의 자유분방함이 넘친다. 제1세대 전위작가들의 유산인 실험성을 계승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작품활동을 보여준다. 회화 설치 비디오 인터렉티브 영상 등 다양한 매체변화를 통해 중국 젊은작가들의 다양한 사고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전시장 2층에서는 쩡판즈, 탕쯔강 등 유명작가들의 콜렉션 전시도 마련했다.

베이징 두아트갤러리 진현미 대표는 "미래의 대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1년간 발에 진물이 나도록 뛰었다"며 "무명의 작가를 발굴해 세계적인 대가로 키우는 것이 두아트 차이나의 목표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독립법인 형태로 운영되는 이곳은 갤러리현대 시스템을 접목해 중국작가들만 프로모션하고 브랜드 파워를 키운다는 방침이다. 오는 14일까지 개관전을 마치면 고 백남준 전시를 기획, 세계적인 한국작가를 중국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아라리오 갤러리 박서보화백 전시중

술 제조 창고를 개조한 지우창예술구역의 3305㎡(1000여평) 규모 3개동의 아라리오갤러리는 한국갤러리들의 중국 진출의 포문을 연 곳이다. 이곳엔 표화랑, 문갤러리 등 3곳의 한국갤러리가 모여 있다. 지난해와 달리 3305㎡(1000평)가 더 늘어난 이곳은 거대한 술통까지 빼내고 연못 위에도 건물을 짓고 있는 등 공사가 아직도 진행중이다. 지우창엔 100여개의 작업실과 갤러리가 들어서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다.

지우창 입구 빨간색 건물이 특징인 아라리오갤러리는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11월18일까지 한국의 우간중(중국근대미술대표작가)으로 불리는 박서보 화백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피빛, 괴기스러움 등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욕망이 공존하는 중국현대미술속에서 묘법시리즈를 전시하고 있는 박 화백은 자신감이 넘쳤다.

"이번에 평생해온 묘법이 전부 등장한다. 그동안 묘법시대를 동시에 보인적이 없다. 그런데 왜 중국에서 다 보여주는냐. 중국이 현대미술로 뜨고 있지만 중국은 70년대 현대미술을 전혀 모른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 중에는 비엔나에서 전시한 75년 작품도 있다. 나는 중국의 블루칩작가들이 어릴 때부터 현대미술을 해온 사람이다. 중국인들 까불지 말라는 의미가 담겼다. 중국이 현대미술 걸음마도 안할 때 나 이렇게 했다고 보여주는 것이다. 하하하."
■신생 예술구역 허거장에 오픈한 문스튜디오

베이징 셔우드 국제공항에서 30여분 거리에 있는 신생 예술구역 허거장은 쟝사오강, 팡리쥔, 펑장지에 등 부자가 된 중국현대미술 블루칩작가들이 이주해오고 있는 예술특구다. 따산즈, 지우창, 차오창디, 환티에 등에 이어 새로 조성되고 있다. 창고를 개조해 사용하고 있는 기존 예술구역과는 달리 이곳은 빨간벽돌로 지어진 고급빌라촌 같다. 미국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등의 작가들이 작업하고 있다.

허거장 예술구역 맨앞에 위치한 문스튜디오에는 한국의 중견작가 나효갑씨가 100호가 넘는 캔버스를 놓고 작업하고 있었다. 뉴질랜드에서 활동하다 이곳에 들어온 중견작가 나씨는 "그림에만 몰두할 수 있어 좋고 세계 각국의 작가들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 자극이 되고 있다"고 했다. 숙소와 작업실이 함께 있는 문스튜디오는 천정높이만 3m가 넘는다.
(다른작업실도 마찬가지) 자연적으로 큰 그림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12월경 한국화가 이길우씨가 들어오고 또 한명의 한국의 젊은작가가 입주를 추진중이다.


문스튜디오를 마련한 지우창 문갤러리 박철희 대표는 "전속작가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작가로 지원하기 위해 스튜디오를 마련하게 됐다"면서 "중국은 컬렉터수만 8000만명이 넘고 경매도 이틀에 한번꼴로 열리고 세계적인 화랑과 작가들이 북경으로 몰려오고 있어 한국작가들을 세계적으로 알리는데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전했다.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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