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먼로의 초상화에서 케네디를 찾아보세요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18 16:18

수정 2009.05.18 16:18



다이애나 왕세자비 얼굴에는 영국 왕실을 대변하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작은 초상들이 들어 있고 체 게바라의 얼굴에는 쿠바의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의 작은 초상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지난 2005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 데뷔한 후 ‘스타 작가’로 군림해온 서양화가 김동유(44)가 선보이고 있는 ‘초상화 연작’이다. 그의 작품은 전체 이미지로 드러나 보이는 초상화 속에 마치 부분 이미지인 양 다른 초상화가 반복적으로 그려져 있다. 초상화 원본의 실체 이미지를 재현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대중이 그 사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추상적인 개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 그림’이라고 불리는 이 초상화 연작은 지난 1999년 첫 선을 보였다. 당시 수백 개의 작은 메릴린 먼로 얼굴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굴을 나타나도록 그린 그림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는 이런 초상화 연작으로 해외 경매 시장에서 주목받으며, 지난 2005년 ‘반 고흐’가 8800만원에 낙찰된데 이어 2006년에는 ‘메릴린 먼로 vs 마오주석’이 추정가의 25배인 3억2000여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외형적으로는 세련된 팝아트의 인상을 주지만 그의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권력의 허무함과 인생의 덧없음이다. 그래서 그가 그림에 담는 얼굴은 실존인물이 아니라 모두 이미 세상을 떠난 정치인이나 은막의 스타들이다.

김동유의 개인전이 21일부터 6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이화익갤러리(02-730-7817)에서 열린다. 사비나미술관 전시 후 2년만에 열리는 전시다.

이번 전시에는 초상화 연작을 중심으로, 지난 2003년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구겨진 명화 시리즈’ 등 20여점을 내놓는다.
특히 ‘성모자상’과 ‘구겨진 모나리자’는 지난 10년간 초상화 연작 작업에 매달려온 작가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면서 던져놓는 화두에 다름아니다.

작가는 “‘구겨진 명화 시리즈’는 영원불멸의 이미지를 간직한 명화의 권위를 끌어내리고 일반 상식을 비틀기 위해 몇 년 전부터 벌여왔다.
그러나 큰 작품은 이번에 처음 선보인다”고 말했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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