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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북] 빠른 결정 내릴 땐 ‘가슴의 지휘’ 믿자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27 18:06

수정 2009.05.27 18:06



■통찰력(게랄드 트라우페터/살림Biz)

“오랫동안 고민하는 사람이 늘 최고의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저자인 괴테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명언을 처음 접하고 나는 그만 화들짝 놀랐다. 섬광처럼 내리꽂히는 인물이 별안간 마음에 시리도록 아프게 그려져서다. 딱히 누구라고 꼬집어 말하지는 않겠다.

책은 승부가 아닌 통찰력에 대해 말한다.
말하자면 통찰력이란 머리 싸매고 끙끙대며 고민할 땐 전혀 떠오르지 않던 것이 생각지도 않았던 순간에 ‘번쩍’하고 생각나는 희열의 벅찬 경험을 일컫는다. 그런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기막힌 통찰력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그리고 이 통찰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해서 이따금씩 머리 싸매고 끙끙대며 억지로 고생길을 자처하는 것인지도 혹 모른다.

인생이 그렇다. 또 비즈니스나 경영도 마찬가지다. 위기가 닥친 결정적인 순간일수록 뛰어난 통찰력이 절실히 필요한 법인데 수많은 정보더미와 합리적인 선택이 아이러니하게도 결정을 내리는 것을 불가능하도록 만든다. 지나친 이성이 모자란 직관, 즉 통찰력을 완강하게 가로막고 있어서다.

각 선택에 따르는 결과를 저울질하며 각각의 장단점을 따져 보는 이성적인 결정이 합리적인 선택인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대다수 경영자가 임직원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설명 불가능한 직관 즉 통찰력으로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므로 더러는 ‘냉철한 이성을 유지하라’는 식의 조언이 먹히지 않는 것이며 오류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는 설사 두뇌 안에서 일어나는 그 어떤 결정일지라도 감정이 함께 실리지 않고는 결정이 내려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명한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이성만이 아니고 직관까지도 동시에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므로 직관적 능력을 배양하는 방법을 경영자라면 파악해야 한다.

저자는 직관력도 학습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주의할 점이 있다면 직관은 믿어야 할 때가 있고 또 믿지 말아야 할 때가 있는데 그것을 적절히 분별해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어쨌든 이성만이 능사가 아니다. 감정까지도 동시에 챙겨야 한다. 문제 해결의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지식을 불러들이는 데 있어 한 가지 중요한 법칙을 깨닫게 된다. 여기에서도 감정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허무맹랑한가를 재차 확인하게 된다.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우리의 뇌는 마치 컴퓨터의 검색기가 하드디스크를 찾듯이 샅샅이 뒤져 선택을 위한 중요한 정보들을 모조리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은 연상에 의존해 작용한다. 컴퓨터가 일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인간의 정신이 결정을 내리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습과 기억의 법칙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110∼111쪽)

그렇다. 성공적인 통찰력은 컴퓨터가 일하는 방식으로 찾을 수 있는 게 결코 아니다. 어쨌거나 책은 이성을 이용하되 직관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하기를 권유하는 셈이다. 책은 머리로 결정하는 사람보다 가슴으로 결정하는 사람이 역사상 패자가 아니고 승자였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빠른 결정을 내릴 때에는 직관을 적절히 훈련함으로써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지휘를 맡도록 해야 할 것이다’(377쪽)라고 충고한다.

오랫동안 머리로 고민하진 않았을 것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가슴이 지휘를 맡도록 해 ‘최고의 선택’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몸소 보여준 것뿐인지도 모른다. 하루빨리 컴퓨터가 일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하루빨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말이다.

/심상훈 북 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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