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칠순 앞둔 ‘연극 여왕들’의 화려한 귀환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1.28 17:03

수정 2013.01.28 17:03

다음달 '어머니'로 무대에 오르는 손숙.
다음달 '어머니'로 무대에 오르는 손숙.

다음달 '에이미'로 화려한 컴백을 하는 윤소정.
다음달 '에이미'로 화려한 컴백을 하는 윤소정.

올여름 '딸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들고 4년 만에 돌아오는 윤석화.
올여름 '딸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들고 4년 만에 돌아오는 윤석화.

'연극의 여왕'들이 무대 위로 사뿐히 내려앉는다. 1944년생 원숭이띠 동갑내기 손숙·윤소정은 자신들의 대표작 '어머니' '에이미'를 들고 다음달 화려한 외출을 시도한다. 최근 연출·제작에 더 많은 힘을 쏟았던 1956년생 띠동갑 윤석화는 올여름 배우로 다시 돌아온다. 20년 전 초연 당시 주인공으로 나왔던 '딸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4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는 윤석화의 선택이다.

손숙·윤소정은 나이가 무색해보이는 한국 연극계 간판 여배우들이다. 내년이면 이들이 '칠순'이라는 사실을 누가 믿을 수 있겠나. 1960년대 중·후반 데뷔해 올해로 40여년 연극인생을 산 두 배우는 서로를 속속들이 아는 '절친'. 하지만 연기 스타일은 사뭇 다르다.
손숙은 한국적 정서를 매끈히 소화하는 쪽이다. 윤소정은 지적이거나 요염하거나, 어떤 형태이든 강렬한 캐릭터에 능하다.

1962년 이해랑 연출의 '밤으로의 긴 여로'를 보고 연극에 빠진 손숙은 이듬해 고려대에 입학해 연극반에 들어간다. 거기서 공연한 '삼각모자'가 손숙의 첫 작품이다. 그때를 기준으로 하면 그에게 올해는 '연기인생 50년'이 되는 해다. 공식 데뷔작은 1968년 '상복을 입을 엘렉트라'. 손숙은 1999년 정동극장에서 초연한 이윤택 작·연출의 '어머니'로 다음달 1일부터 17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 선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분단의 현대사를 관통하면서 남편의 바람기, 혹독한 시집살이, 자식의 죽음까지 감내해야 했던 애절한 어머니 이야기다. 손숙은 이 작품의 초연 직후 러시아 공연 중 기업 협찬금 수수 스캔들에 휩싸여 환경부 장관 임명 32일 만에 낙마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손숙의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와 유머, 연희단거리패 배우들의 탄탄한 앙상블 연기를 기대해볼 만하다.

연극 '어머니'
연극 '어머니'


2010년 초연된 연극 '에이미'는 주인공 윤소정에게 걸출한 상을 여러 개 안긴 그의 최신 대표작이다. '무대 위 비판적 이상주의자'로 불리는 영국 데이비드 해어의 이 작품은 연극배우 장모와 영화감독 사위 간의 날선 대화를 통해 세대 간 갈등과 사랑, 용서와 화해를 다룬다. 윤소정은 1966년 '따라지의 향연'으로 연극을 시작했다. 40여년 동안 50여편 정통극 무대를 힙쓸었다. 최근 드라마, 영화에서도 빈번히 그를 보게 되지만 역시 윤소정의 매력을 최고치로 느낄 수 있는 곳은 연극판이다. '에이미'는 다음달 15일부터 3월 10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윤석화는 손숙·윤소정 보다 열두살 아래 띠동갑이다. 지난 2009년 연극 '베니스의 상인' 출연 이후 제작자, 연출가의 길을 걸었다. 묵직한 작품으로 호평받았던 '나는 너다'를 제작·연출했고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로 보폭을 넓히기도 했다. 지난해엔 영화 '봄, 눈'으로 잠시 스크린 외도도 했다. 윤석화의 4년 만의 컴백작 아널드 웨스커의 '딸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1992년 초연 당시 장안을 9개월 동안 들썩이게 했던 화제작이다.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가진 열한살된 딸보다 자신의 자유로운 삶과 가수의 커리어가 더 소중한 재즈가수 멜라니 이야기다.
여자로서 인생을 시작하는 딸에게 그가 얻은 삶의 지혜를 편지로, 노래로 들려주는 1인극. 초연 때 윤석화의 철철 넘치는 '끼'와 매력으로 무대는 후끈 달아올랐다. 그후 20년이 흐른 지금, 이 노련한 여배우의 연기 빛깔이 어떻게 달라졌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오는 5월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영국 연출자와 양국 공연 스태프들의 협업으로 영어 공연을 먼저 선보인 뒤 8월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국내 무대를 갖는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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