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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계절, 묵직한 정치극 ‘줄리어스 시저’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19 17:11

수정 2014.05.19 17:11

'줄리어스 시저' 브루투스역 맡은 윤상화.
'줄리어스 시저' 브루투스역 맡은 윤상화.

요즘 극장가는 셰익스피어 작품들로 넘쳐난다. 올해 탄생 450주년을 맞아 가히 '셰익스피어 이어달리기'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묵직한 정치극 '줄리어스 시저'는 그 많은 공연 중에서도 유일한 무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구자흥 명동예술극장 극장장은 "셰익스피어 37개 작품 중 해볼 만한데 덜 올려진 작품을 고르다 '줄리어스 시저'를 선택했다"고 했다. 명동예술극장의 이 연극은 21일부터 시작한다.

그간 이 작품이 덜 올려진 이유는 보는 사람에 따라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정치심리극이라는 점,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 있는 작품 성격상 연출적인 어려움, 이런 이유들로 인해 대중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 등이었을 것이다.


무대를 맡은 김광보 연출은 "이 정치드라마를 현재 이곳과 어떻게 연결시킬지에 고민했다. 극 속 모든 상황은 인간의 내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에 집중했다. 브루투스의 우유부단함, 그 내면의 갈등이 무엇인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했다.

브루투스의 우유부단함은 상식과 비상식의 갈등 속에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 연출은 "브루투스는 굉장히 상식적인 인간형이다. 다만 그 주변에 벌어지는 정황이 비상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식적인 인간은 갈등과 고민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원작에 등장하는 2명의 여자 배역은 없애고, 16명의 남자 배우들만으로 무대를 끌고 간다. 시저의 총애를 받던 브루투스는 황제가 되려는 시저를 불안하게 바라보며 결국 그의 암살 역모에 동참, 혁명 대열에 낀다. 하지만 그 혁명의 열매는 대중연설의 귀재 안토니우스에게 돌아가면서 예상치 못한 정국 앞에 브루투스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극은 시저 암살 후의 상황들이어서 시저의 분량이 많진 않다. 대신 시저의 말과 그림자는 극 내내 무대를 쫓아다닌다. 김광보 연출은 극을 실패한 혁명으로 접근하면서 역사는 똑같이 반복된다는 걸 강조한다. 배우들은 로마시대 옷을 걸치진 않는다. 불특정 시대, 세상이 다 망한 이후 미래 세계의 한 곳 어디쯤의 인물들로 표현된다. 브루투스를 맡은 노련한 배우 윤상화는 "셰익스피어 작품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다.
옛날 작품인데도 굉장한 속도감이 느껴졌다. 숨쉴 틈 없는 드라마가 놀라웠다.
그런 의미에서 셰익스피어는 현대적인 작가가 아닐까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연은 다음달 15일까지. 2만∼5만원. (02)727-0937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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