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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art와 함께하는 그림산책] 스피커, 듣는 제품 넘어 ‘보는 작품’이 되다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11 17:48

수정 2014.06.11 17:48

[fnart와 함께하는 그림산책] 스피커, 듣는 제품 넘어 ‘보는 작품’이 되다

자작나무 스피커로 잘 알려진 한성재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음향기억장치(Acoustic Memory)'가 13일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 에프앤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진공관 앰프와 이미 단종된 오래된 옛 스피커가 장착된 2010년부터 지금까지의 작품 10여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20세기 이후 디자인과 순수미술의 경계는 아주 모호해졌다. 한성재 작가의 작품 또한 명확한 선을 긋기는 어렵다. 그러나 작가는 줄곧 '공예'를 바탕에 두고 작업한다.

공예란 미술 또는 조형예술의 한 부분으로 순수미술로부터 구별하기 위해 19세기 중반부터 일반화되기 시작한 용어다.
공예를 설명하는 데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뛰어난 솜씨를 보이는 도구류를 공예품이라고 생각하거나, 조형예술의 산업화, 도구나 기물에 미술적 장식을 가하는 것, 조형적 아름다움을 가지는 광의의 도구를 만드는 인간 활동을 통틀어 공예라고 한다. 이 모든 설명의 공통사항은 쓰임 이외에 꾸밈이 있고, 또 그것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쓰임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한성재의 작업은 대량 생산된 '제품'이 아니라 공예품, 즉 '작품'이 되는 것이다.

한성재의 작품은 구조적인 쓰임새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을 주제로 작업은 진행된다. 그의 초기 작업은 가구나 수납 관련 같은 작음 쓰임새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관객이 작품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쓰임을 응용해 작가와 관객이 소통하는 매개체가 되게 하긴 쉽지 않았다.

작가가 고심 끝에 선택한 것이 음악이었다. 음악을 재생하는 장치를 만들고 그 음향장치를 가지고 관객이 본인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하면 처음 의도한 관객과 작가의 소통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

한성재의 음향기억장치에 대해 이원주 LVS갤러리 대표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공기를 가르고 나아가는 '소리의 길'을 시각화해 음악을 틀지 않고 눈으로만 봐도 소리의 길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한성재의 스피커는 단순히 음악을 듣는 기계가 아니다. 작가는 1900년대 초·중반에 제작됐지만 지금은 단종된 스피커를 주로 사용한다. 최근 만들어진 스피커들은 저렴한 가격에 비해 성능이 우수하지만 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스피커들은 지금처럼 정확하진 않아도 다양한 시도에 인해 악기마다, 음악의 종류마다 어울리는 스피커, 그렇지 않은 스피커 이렇게 명확하게 구분 지어지는 점도 작가에게 재미있는 요소로 작용했다.
또 단순히 최고의 음향을 들려주기보다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음향을 증폭해주는 장치 역시 옛 진공관 앰프를 사용해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이는 이번 전시 타이틀인 '음향기억장치'와 일맥상통한다.


국민대 금속공예과를 졸업하고 현재 홍익대 목조형대학원에 재학 중인 한성재는 루이비통과 스카치 위스키 브랜드 발렌타인에서부터 패션디자이너 이상봉, 가죽 디자이너 하채리, 가야금 장인, 옻칠 장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가의 작업으로 풀어내는 흥미로운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다수 진행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성장해가고 있다. 전시는 오는 7월 19일까지. (02)725-7114

yuna.kim@fnart.co.kr 김유나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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