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fnart와 함께하는 그림산책] 신상호 설치전, 버려진 것들에 생명 불어넣기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01 17:30

수정 2014.09.01 17:30

신상호 설치전 '사물의 추이'(28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
신상호 설치전 '사물의 추이'(28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

전시장 벽면에 '대한민국 미술교육 안녕하십니까'라는 문구가 쓰여있고 그 앞엔 뒤엉킨 낡은 의자와 비석처럼 생긴 설치물이 나란히 줄을 맞춰 서있다. 오는 28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신상호 설치전-사물의 추이'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도예가이자 조각가, 설치미술가, 포스트모던 디자이너, 사회문제 해설가로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신상호 작가(67)는 예술은 결국 시대와 사회의 산물이라고 믿는 쪽이다. 예술은 어떤 방식으로든 시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국 미술교육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위의 설치작업도 그의 그런 생각을 반영한 것. 홍익대 미대 출신으로 그 대학 학장을 지내기도 했던 작가가 30년 가까이 교직에 몸담으면서 경험한 대한민국 미술교육의 현주소를 표현한 셈이다.

"좋은 (미술)학교가 우수한 인재를 배출해내는 것인지, 아니면 우수한 인재들이 좋은 학교를 만들어가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대학과 학생은 서로가 서로를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했다.
그러면서 작가는 "대학은 잘 그리는 것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익대 도예과 출신인 신 작가는 전통 도자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지만 그것을 도조(陶彫·도자기처럼 구운 조소)로, 회화로 발전시키고 공간을 적용한 장소 특정적 작업을 펼치는 등 도예의 영역을 확장해왔다. '설치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번 전시도 그런 도전과 실험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이번 전시에는 도자 작품 외에도 그가 지난 50여년간 수집한 오브제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여기에는 낡은 철제의자와 창틀, 수도펌프 등 일상의 오브제를 비롯해 총알이 뚫고 간 방탄유리, 군용차의 문짝, 전쟁 포로를 싣는데 쓰였던 보호차 등 다양한 것들이 포함됐다.
"생명을 다해 버려진 것들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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