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큐레이터 추천 핫 전시] 김희선 개인전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4.23 11:05

수정 2014.11.07 07:24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이 언제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과연 어떤 순간을 떠올릴 수 있을까. 공모를 통해 역량 있는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에게 기획자와 전시공간을 제공하여 신예 작가들의 등용문이자 새로운 실험무대로 자리잡은 브레인팩토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김희선은 35명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에게 소중한 순간에 대하여 묻는다.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독일 뒤셀도르프 미술대학과 쾰른 미디어 아트 아카데미에서 수학한 작가가 국내에서 갖는 세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크리스탈 보기(CRYSTAL-seeing)’라는 제목으로 사람들의 소중한 기억들을 기록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바닥에는 9개의 유리구슬이 놓여 있고, 그 안에는 모니터 화면이 하나씩 들어있다. 사람들은 잊고 지내던, 혹은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소중한 순간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세상에 같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사람들이 선택한 소중한 순간에 대한 기억은 각양각색이다. 처음 아기를 낳던 순간의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희열에 대한 기억이라던가, 사랑하는 사람과 만났던 순간의 느낌, 혹은 힘겹게 인생의 새로운 길을 선택한 후 맞이한 아침의 행복한 기억 등등. 사람들은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순간, 특히 행복했던 기억들을 불러오며 다시금 그 때 그 행복했던 순간에 빠져 들어본다.


작가는 인터뷰 내용을 1시간 분량의 오디오파일로 편집하여 관람객들에게 배포하였다. 그리고 이 인터뷰 내용들과 인터뷰를 한 사람들의 표정, 손짓 등을 클로즈업하여 촬영한 영상은 맑고 투명한 유리구 속에 담겨 전시장에 놓여있다. 마치 점성술사의 수정구슬과도 같이 생긴 유리구 속에 담겨 있는 각 화면들은 빛나는 보석들처럼 영롱하고 다양한 빛을 뿜어낸다.
유리구는 볼록렌즈처럼 제작되어 그 안의 영상은 저 먼 기억속에서 이 세상으로 소환되어 나오는 것처럼 일렁일렁거리면서 내 눈앞에 펼쳐져 아련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김희선이 선보이는 이번 작품은 바쁜 일상에 쫓기며 삶의 의미 자체도 망각한 채 흘러가듯 살고 있는 나 자신의 삶을 한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작가의 수정구슬을 들여다보며 내가 잊고 있었던 가장 소중한 순간은 언제인지, 나 자신의 기억을 비춰보는 것을 어떨까. 전시는 통의동 브레인팩토리에서 5월 4일까지 열린다.

/김지연 가나아트 전시팀장

/그림=김희선의 <크리스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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