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박하나의 키스더뮤지컬] 컴퍼니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6.05 15:44

수정 2014.11.07 02:31

놀이동산에 갈 때마다 매번 비슷한 고민을 한다. 비싸지만 편리한 자유이용권과 저렴하지만 번거로운 입장권, 둘 중에 어떤 것을 구입할까 하는 문제다.

수십 종의 놀이기구를 모두 탄다고 치면 자유이용권이 훨씬 낫다. 그 때문에 매번 자유이용권을 산다.

하지만 참 이상하다. 서너개의 기구를 즐기고 나면 금방 시들해진다.
입장할 땐 금방일 것 같던 폐장시간도 한참 남았다. 나들이를 나설 때의 두근거림은 사라지고 온몸엔 피로가 쌓인다.

그제서야 부질없는 후회를 해본다. ‘괜히 비싼 표를 샀나봐’라고. 사람 마음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결혼이란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갖춰입고 사람들 앞에서 값비싼 ‘쌩쇼’를 할 때만 해도 구속과 행복은 동의어다. 내가 선택한 사람을 평생 사랑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을 구입한 셈이다.

그런데 뮤지컬 ‘컴퍼니’의 주인공 로버트는 좀 다르다. 친한 친구들은 몽땅 장가를 갔지만 그는 여전히 서른다섯의 독신이다. 결혼한 커플의 알콩달콩함을 부러워하는 걸 보면 ‘안’ 한게 아니라 ‘못’ 한것 같은 분위기도 살짝 풍긴다.

그럼에도 그의 인생은 근사하다. 경제적으로도 풍족하고 아름다운 세 여인과 분위기 있는 연애를 즐긴다. 혼자 있고 싶을 땐 혼자 있고 누군가 필요할 땐 그 누군가를 만난다.

로버트는 충분히 행복해뵈는데 정작 결혼한 친구들은 그를 동정한다. 그들은 시들해진 놀이기구 앞에서 꼬깃해진 자유이용권을 만지작거리면서도 로버트에겐 ‘힘들고 외롭지 않냐’며 위로를 건넨다.

‘컴퍼니’는 한명의 독신남, 그를 맴도는 세명의 여인, 결혼한 다섯쌍의 부부가 엮어내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러닝타임 동안 다섯부부의 삶을 들여다보며 결혼에 대해 고민한다.

좁은 무대는 열네명의 배우로 가득 찬다. 알록달록한 격자무늬 바닥엔 반짝이는 크리스탈 구조물, 고동색의 가죽 쇼파가 덜렁 놓여져있다.
자잘한 무대 장치를 생략하고 그 안에 배꼽을 잡게 만드는 대사와 연기를 꽉 채워넣었다.

천연덕스러움과 징글징글한 끼로 관객을 꽉 붙들어버린 여배우들의 호연은 이 작품의 백미다.
다이어트 중인데도 고칼로리의 브라우니를 먹고 싶어 안달하는 사라(이정화), 어리숙한 일탈이 매력만점인 제니(양꽃님), 귀여움과 엉뚱함을 꼭 반반씩 가진 에이미(방진의), 한없이 거친 조앤(구원영)은 물론이요 백치미를 풀풀 날리는 에이프릴(유나영)과 근접하기 힘든 매력을 가진 마르타(난아)까지 이들은 단 한발짝도 양보하지 않고 솜씨를 뽐낸다.

/wild@fnnews.com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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