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지 인디밴드 보컬 출신 뮤지컬 배우 문혜원 인터뷰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8.13 07:50

수정 2009.08.13 08:30


“결국 저희 밴드가 우승했어요!”

배우 문혜원(30)은 기쁜 소식부터 전했다. 미처 자리에 앉기도 전이다. 자랑할게 퍽 많은 모양이다.

뮤지컬 무대에 선지 고작 3년째, 그나마 달랑 2작품 밖에 하지 않은 그녀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긴걸까.

그는 혼성 3인조 모던밴드 ‘뷰렛’의 멤버다. 2002년에 결성된 ‘뷰렛’은 지난 7년간 두 장의 앨범을 냈고 수없이 많은 콘서트를 했다. 홍대 앞에선 제법 유명 인사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고비가 많았어요. 20대 후반이 되도록 제 밥벌이조차 못했으니 자괴감이 컸죠”

몇몇 기획사에선 ‘아이돌 가수로 키워줄테니 밴드를 해체하라’고 주문했다. 고집 반, 신념 반으로 유혹을 물리쳤다. 그러다 지난 3월 아시아판 ‘아메리칸 아이돌’로 불리는 밴드 콘테스트 ‘수타시’에 진출했고 며칠 전 우승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아시아 14개 국가에서 총 37개팀이 출전했어요. 심사위원부터 쟁쟁했죠. 유명 팝그룹 블랙아이드피스와 그래미상 심사위원인 래이 추, 팝스타 알리시아키스의 프로듀서인 제프코엔 앞에서 노래를 불렀어요.”

이제 그에게는 70만달러의 상금과 미국 진출의 기회가 주어진다. 오랜 꿈을 이룬 문혜원의 얼굴에선 자신감과 여유가 가득했다. 작사, 작곡, 노래까지 척척 해내는 베테랑 뮤지션, 하지만 뮤지컬 배우로서의 삶은 굴욕 그 자체였다.

2006년 뮤지컬 ‘황진이’로 데뷔한 그의 시작은 험난했다. 신인 배우들을 기용해 만든 탓에 작품은 철저히 외면당했고 결국 제작사도 공중 분해됐다. 출연료조차 받지 못하고 망연자실 할 무렵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드파리’의 오디션 소식이 들렸다. 그렇게 그는 2007년 뮤지컬 ‘노트르담드파리’에 합류했다.

“연출가 웨인 폭스는 저의 록 창법에 후한 점수를 줬다고 했어요. 더블 캐스팅된 가수 바다의 예쁜 목소리와 대별되는 거친 목소리가 좋다구요”

하지만 객석의 반응은 영 달랐다. 날카롭고 찌르는 듯한 그의 노래는 수많은 악평을 낳았다.

“인디밴드에서 활동할 때에는 개성이 제일 중요했어요. 부르고 싶은대로 부르면 그만이었죠. 하지만 뮤지컬은 관객들이 원하는 틀에 맞춰야 했어요.”

더불어 출연 횟수도 점차 줄었다. 그는 ‘제작사도 관객들의 불만을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멋쩍어했다. 한편으론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워낙 꼼꼼히 인터넷 후기를 살펴보는 탓에 상처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노트르담드파리’와의 인연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4일부터 시즌2 공연에 합류하게 됐어요.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졌으니 진짜 제대로 하고 싶어서 성악 발성 교습을 받고 있어요.”

화려한 생김새와는 다르게 그는 지독한 짠순이다. 푼돈 나가는 것도 아까워 어지간한 거리를 걸어다니고 미용실에 가는 횟수도 1년에 한두번이다.
길거리에서 오뎅 꼬치나 떡볶이를 사먹는 것조차 호사란다. 인디 밴드 시절 워낙 배고팠던데다 생활비 걱정에 늘 전전긍긍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기억하는 탓이다.


그런 그에겐 두가지 꿈이 있다. 하나는 어머니에게 넉넉한 용돈을 드리는 것과 록뮤지컬을 쓰는 것.

“솔직히 전 돈이 필요없어요.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살 수 있는 정도면 되요.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은 여자가 주인공인, 진짜 제대로 된 록뮤지컬을 쓰는 거에요. 그때가 되면 제 밴드 경험도 좋은 자산이 되겠죠”

/wild@fnnews.com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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