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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 35억6천만원 낙찰..이중섭 작가 최고가 기록

박현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6.29 21:24

수정 2010.06.29 21:24

▲ 이중섭 ‘황소’

'황소'의 뒷심이 부족했나.

29일 오후 5시부터 열린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 117회 경매에서 이중섭의 '황소'는 35억6천만원에 팔렸다. 이중섭과 박수근의 빅매치는 싱겁게 끝나고 말았지만 이중섭의 '최고의 날'로 기록됐다.

이중섭 황소는 추정가 35억∼45억원에 나와 경매시작 전부터 박수근의 빨래터(45억2천만원) 기록을 깰것인가로 주목받았다.

박력있는 작품처럼 34억원부터 출발한 황소는 2천만원씩 올라갔다. 긴장감속에 전화와 현장을 오간 패들은 경합없이 35억6천만원에 멈춘채 더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국내 최고가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박수근의 '빨래터'는 당시 33억원에 출발, 5천만원씩 패를 올렸다.
10분이상 경합을 벌였고 45억2천만원이 되자 조용해졌다.

'두근두근' 빅 매치인 만큼 이번 '황소'경매는 독립경매사 박혜경(에이트 인스티튜트 대표)씨가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박경매사는 국내 최초의 여자 경매사로, 박수근의 ‘빨래터’ 경매도 진행했었다.

국내 최고가 1,2위로 기록된 박수근과 이중섭은 국내 대표 블루칩작가로 꼽힌다. 둘의 운명은 비슷하다. 같은시대에 태어나 생전 예술가로서 불우한 삶을 살았고 사후 '국민화가'로 오르내리고 있다. 또 두명 모두 위작논란의 홍역을 치렀다.

2007년 5월 국내 최고가 기록, 작가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박수근은 동시에 위작논란에 휘말렸다.하지만 지난해 '진품으로 추정된다'는 법원의 판결로 위작논란은 사라졌다.

이중섭은 2005년 위작논란에 휘말리며 경매시장에서 빛을 잃었다. 이후 2008년 3월 '새와 애들'이 15억원에 팔린 기록이 전부다.

45억 기록 갱신은 실패했지만 이번 경매는 이중섭에게 작가최고가라는 기록을 안겼다.

미술시장연구소 서진수(강남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소장은 "전반적으로 경기시장이 떠받치기 못한 상황에서 이중섭이 작가기록을 갱신한 것이 최고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미술시장이 작년에 비해 10∼15%정도 올라갔지만 시장이 좋아졌다고 체감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다.

이중섭의 황소는 세로 35.3㎝, 가로 51.3 ㎝ 크기로 이중섭 소 작품 중 대형 작품이다.
홍익대학교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흰소 작품(세로30cm, 가로41.7cm)보다 큰 작품이다.

어두운 배경 위에 한 마리의 소가 힘차게 땅을 내딛는 모습이 역동적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작가 특유의 발색과 더불어 속도감 있는 붓질이 특징이다.


미술평론가 이구열씨가 작성한, 1972년 현대화랑 '이중섭작품집' 작품해설에는 유강열 작가의 증언을 빌어 이 작품이 작가가 "통영에서 맨 먼저 그린 소"라고 기록하고 있어, 작가가 통영에 머물렀던 1953년 경 작품으로 추정된다.

hyun@fnnews.com/박현주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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