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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북] 자본주의와 세계화속 약소국의 비애

박현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0.03 18:52

수정 2014.11.04 23:02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지음/부키)

‘사다리 걷어차기’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지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장하준교수가 처음으로 일반인들을 염두에 두고 만든 교양 경제서다.

이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이야기다. 자유무역이 진정 개발도상국에게 도움이 되는지, 경제를 개방하면 외국인 투자가 정말 늘어나는지, 공기업 문제가 과연 민영화로 해결 가능한지, 지적재산권이 실제 기술혁신을 촉진하는지,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은 특별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경제 발전에 문화나 민족성이 있는지 등 현실로서의 경제학에 대해 널리 알려진 책이나 영화등을 소재로 신랄하면서도 명료하게 이야기를 해준다.

자유무역을 생각해보자. 리카도(아담스미스 이래 비교적 많은 돈을 만진 영국 경제학자)가 비교우위 이론을 발표한 이래 자신이 상대적으로 잘 할 수 있는 제품에 집중하기만 한다면 그리고 자유로운 무역이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보다 다양한 상품을 보다 많이 소비 할 수 있다는 것이 상식이 됐다.

그런데 우선 자유무역이 유익하다는 것에 대해 장하준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자유무역이라는 것은 심하게 말하면 브라질 축구 국가 대표팀과 열한 살 먹은 그의 딸 유나의 친구들로 구성된 축구팀과의 경기나 다름없고, 좀 순화시켜 표현해도 중량급인 무하마드 알리가 경량급 선수권을 네개나 보유한 파나마의 로베르토 듀란과 시합하는 것에 불과하다 것. 지식 수준이 다르고 기술수준이 다르고 자본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리카도의 비교 우위이론이 틀린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리카도의 이론은 절대적으로 옳다. 단지 그 이론이 내포하는 범위안에서만 말이다. 리카도의 이론은 정확히 말해 각 나라들이 ‘자신의 현재 기술 수준을 그대로 감수하는 한에서는’ 자신이 비교적 잘하는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어떤 나라가 보다 고도의 기술을 획득해 다른 나라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들을 하고자 할 때 가령 쌀 대신에 자동차를 수출하려 할 때는 리카도의 이론이 통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지적재산권 문제는 또 어떤가. 흔히 지적재산권 보호 제도는 발명과 발견을 촉진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에 따르면 선진국이 자국의 산업과 기술을 보호할 목적으로 입안된 것이 지적재산권 보호제도였다. 이런 지나간 일이야 그런가보다 하자. 하지만 아무리 특허 폭발이라 해도 그렇지 도대체 신선하지 않은 빵을 신선하게 하는 법과 다섯살 먹은 어린이가 발명했다고 하는 그네 타는 법같은 것에 특허라니…. 마치 과거 구미 각국이 행했던 지적재산권 도용의 세계화가 이루어진 듯하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또 현행 지적재산권 보호 제도는 인류의 진보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베타카로틴을 함유한 황금쌀을 만들 수 있는 유전공학 기술의 개발자들이 이 기술을 실용화하는데 필요한 관련 특허 70여개에 대한 협상을 진행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기술을 다국적 기업에 판 것을 보면 그렇다. 특허 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려 있는 지금 거대 자본이 아니면 특허의 실용화조차 불가능해진 것이다.

저자는 이런식으로 경제학의 주요 현안들을 하나하나 짚어 나간다. 자본주의와 세계화에 대해 흔히 역사적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잘못되었거나 부분적인 진실에 불과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제시한다.

남들이 모두 예스라고 할때 지은이는 노라고 이야기하는 책은 상식을 뒤엎는 내용으로 혼란스럽다. 이 책의 제목이 답이다.

성경에는 노상강도에게 약탈당한 한 남자가 착한 사마리아인의 도움을 받는 사건이 나온다. 하지만 당시 사마리아인하면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무정한 사람들이라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었다.
이런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자들은 곤란을 겪고 있는 저개발국 및 개발도상국들을 너무도 당당하게 이용하고 있다.

지은이는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고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 책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들은 체도 않을 수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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