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베스트 북] 알부자가 되려면 ‘사람’을 좇아라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8.27 17:28

수정 2014.11.06 04:28



■비즈니스의 탄생(조승연 지음/더난출판)

오늘날 세계 경제의 주축이 된 자본주의 시스템은 600년 전 르네상스 시대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왕과 기사들이 농민을 착취하던 봉건주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뛰어난 수완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돈을 버는 슈퍼부자가 탄생하면서부터다.

르네상스 시대의 슈퍼부자들이 부를 일군 방식은 오늘날 21세기 사회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다. 그들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농사법을 개발했고, 효율적인 항해를 위해 무역선을 개발했으며, 죽음을 무릅쓰고 미지의 땅에 진출해 유럽에 커피와 사탕수수를 들여왔다. 이 덕분에 극빈 대륙 유럽은 최고의 부자 대륙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미술사와 경영학을 전공한 조승연씨(UFM이사)가 르네상스시대 부자들의 이야기에서 부(富)의 비결을 탐구한 ‘비즈니스의 탄생’(더난출판)을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15∼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슈퍼 부자들이 어떻게 새로운 부의 창출 방법을 발명해 엄청난 돈을 벌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쇠락해 갔는지 흥망성쇠의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슈퍼 부자들은 돈을 좇기보다는 사람을 좇는 사업을 함으로써 자연스레 돈이 모이도록 했다.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사람 냄새나는 사업을 해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진리를 실천한 것이다. 특히 자기만 잘 살려고 하지 말고, 더불어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노력할 때 오랫동안 부가 달아나지 않는다는 르네상스 시대의 부자불변의 법칙은 오늘날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정신과도 통한다.

저자는 “르네상스 슈퍼부자들의 지속적이고 거대한 부는 훌륭하고 창의적인 경영시스템에서 나왔다”고 설명한다. 유럽 최초로 대출을 업으로 삼아 종자돈을 모은 메디치 가문, 새로운 항로를 열어 경제 인프라를 구축한 자크 쾨르, 파트너십을 이용해 기업을 일군 베네치아, 아웃소싱 경영을 안착시킨 엔히크, 매스컴을 통해 부를 축적한 라이몬디, 분산투자와 사업다각화 개념을 안착시킨 야콥 푸거, 프런티어 정신으로 미지의 땅을 게척한 에르난 코르테스, 주식을 발행해 기업의 규모를 키운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등이 이 책에 소개된 르네상스 슈퍼부자들이다.

조반니 메디치는 한낱 장사치에서 사업가가 된 인물이다. 메디치는 큰 사업을 하려면 그 사업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쳐 대중들이 좋아하도록 해야 하고, 사람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도록 그들을 즐겁게 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가르침을 받은 아들 코시모는 이윤이 적어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제조업에 투자해 성공했다.

프랑스의 자크 쾨르는 1448년 왕실에 빌려준 돈만 해도 20만 황금 에쿠, 요즘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10조가 넘는 규모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부자였다. 그를 부자로 만든 것은 사람이 모이는 지점과 지나가는 지점을 파악하는 뛰어난 능력이었다. 1432년 전염병으로 황폐해졌던 프랑스 남부 항구 도시 나르본에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자크 쾨르는 이곳이 지리적 요충지라는 점에 주목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무역상들이 비단이나 보석, 향신료 등 동양의 물품들을 알렉산드리아를 통해 판매했던 것과는 달리 그는 시리아에 눈을 돌렸다. 시리아에서 들여온 동양의 물품들을 나르본의 창고를 통해 유럽 등지로 신속·정확하게 물건을 배달해 주며 큰 돈을 벌었는데, 현대의 물류시스템인 ‘로지스틱스’를 구축한 것이다.


해상왕 엔히크는 현대적 개념의 아웃소싱을 도입해 큰 부를 거머쥐었다. 자원과 노동력이 풍부한 곳에 생산기지를 만들고, 경영진과 R&D센터는 고급 인력이 많은 지역에 두는 다국적 기업을 경영한 것이다.
엔히크는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생산기지·판매기지·기술력 등 이 세 가지만 장악하면 언제 어디서나 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실현했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