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성균관대 박물관엔 세상에서 가장 큰 붓 있다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3.07 17:31

수정 2010.03.07 17:31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박물관에 가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명물(?)을 만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붓 한자루(180㎝)가 그 주인공이다.

7일 성균관대에 따르면 이 붓은 크기도 크기지만 무엇보다 구한말 최고의 서예가인 해강(海岡) 김규진 선생(1868∼1933)이 직접 만들고 사용한 것으로, 성균관대 교수를 지낸 아들 김영기씨(작고)가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해강은 영친왕에게 서법(書法)을 가르친 서예가로 전서(篆書)·예서(隸書)·해서(楷書)·행서(行書)·초서(草書) 등 5체 모두에서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와 함께 특히 큰 글자(大字)로 이름이 높았다.

해강도 이 붓으로 단 3자만 썼을 뿐이다. 1919년 3·1운동이 한반도를 뒤흔들 때 석두(石頭·1882∼1954)를 중심으로 금강산 승려들은 일제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원력을 민족의 영산 금강산에 ‘미륵불(彌勒佛)’이라는 글씨를 새김으로써 찾고자 해강을 찾았다.
해강이 이 붓으로 쓴 글자는 높이 19m, 너비 3.6m이며 불(佛)자의 획 길이는 13m에 달한다. 글씨 안에 성인 남자가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이고 하나의 붓으로 쓴 글씨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다.

글씨는 금강산을 찾으면 직접 볼 수 있다. 외금강에서 세존봉과 옥녀봉을 끼고 들어가는 옥류동 계곡 끝에 높이 100m의 험한 화강암 석벽에서 내리꽂듯 흘러내리는 74m 높이의 구룡폭포와 주변의 아홉 연못이 있는데, 폭포 오른쪽 석벽에 이 거대한 글씨가 새겨져 있는 것이다.


1919년 여름 구룡폭포 오른쪽의 화강암 석벽에 글씨를 새기는 공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글씨가 워낙 커 새기는 과정에서 나온 부서진 돌들이 연못들을 메울 정도로 많아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공사가 끝난 직후 금강산에 엄청난 폭우가 내려 이 돌들을 말끔히 쓸어갔다고.

성균관대 박물관 김대식 학예실장은 “이보다 더 큰 붓을 만들 수도 있고, 그것으로 쓸 수도 있겠지만 해강 선생처럼 특별한 대가가 아니고서는 이런 붓으로 글씨를 잘 쓰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noja@fnnews.com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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