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아시아 넘어 유럽·남미까지 “한국 사랑해요”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6.23 18:13

수정 2011.06.23 18:13

'제2의 한류바람'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남미를 달구고 있다.

'겨울연가' '풀하우스' 등 드라마가 초기 한류 열풍을 일으켰다면 제2 한류바람의 주역은 높아진 한류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상품들이다.

한국문화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화장품과 막걸리, 온라인 게임, 공연물 등 다양한 한류상품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아시아에서 남미까지 점령하는 한류상품

중화권과 동남아시아를 휩쓴 한국 드라마 열풍은 화장품의 인기로 이어졌다. 23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화장품 수출액은 전년보다 79.8% 증가한 7억6108만2000달러(약 8220억원)를 기록했다. 전체 화장품 수출량의 절반에 가까운 42.7%를 차지하는 중국에선 지난해 화장품 수출량이 전년 대비 172.5%로 증가했고 아세안(131.7%)과 대만(51.4%) 등의 수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중화권에서 국내 화장품의 인기는 이미 세계 톱 브랜드를 압도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드봉, 오휘, 후 등 3개 브랜드로 베트남 시장에서 세계적 화장품 브랜드인 랑콤과 시세이도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6%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주류, CJ 제일제당 등 막걸리 제조업체들은 막걸리의 맛과 멋으로 일본 열도를 물들이고 있다. 롯데주류는 올 상반기에만 막걸리 100만4779상자를 일본에 팔았다. 일본인 5명 중 1명이 이 회사 막걸리 1캔을 마신 셈이다. 지난달 일본 삿포로맥주와 막걸리 위탁판매 계약을 한 CJ제일제당은 일본 막걸리 시장이 내년엔 400억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1등'으로 우뚝 선 온라인 게임은 남미를 평정하러 나섰다. 지난해 네오위즈게임즈의 해외 매출액은 1606억원으로 2년 만에 16배 급증했다. 올 1·4분기에만 해외 매출액은 지난 한 해 매출액의 43%인 703억원에 달했다. 넥슨은 "1인칭슈팅게임(FPS)을 즐기려는 브라질의 게임 동시접속자 수는 2만명에 달한다"며 "인터넷 기반이 약한 브라질에서 2만명은 의미 있는 숫자"라고 전했다.

최근 프랑스에서 케이팝 콘서트를 한 소녀시대, 동방신기 등 아이돌그룹은 유럽 관객을 열광시키며 음악에서까지 한류문화의 확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한류는 고급…세계를 홀리다

한류상품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이유는 한국문화와 상품의 이미지가 고급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경영학과 박정은 교수는 "초기 한류가 쌓은 한류스타의 고급 이미지가 상품 구매로 이어지고 그것이 연쇄적으로 한류열풍을 일으키는 선순환구조가 형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화장품과 막걸리 업계는 한류스타의 높은 이미지를 발판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류스타 이영애, 송혜교, 장근석 등이 모델로 나선 브랜드는 날개 돋친 듯 팔리며 스타 파워를 증명했다. 탄탄한 기반시설(인프라)과 우수한 창작력으로 차별화된 품질을 선보인 온라인 게임은 '한국'이란 이름만으로도 세계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또 한류스타와 한국상품의 프리미엄은 우리나라 자체에 대한 호감도를 높였다. 음악, 먹을거리 등 한국문화를 따라하려는 욕구가 '제2의 한류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일본 사람들이 한국 막걸리에 열광하는 배경으로 롯데주류는 한국의 풍류문화를 좇는 움직임을 지목하고 있다.

높아진 한국문화의 위상에 유튜브, 트위터 등 인맥구축서비스(SNS)가 결합되자 한류열풍은 유럽, 남미 등에서도 불기 시작했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문효진 박사는 "최근 중남미 지역에서도 케이팝 열풍이 심상치 않다"고 전했다.

■‘제2의 한류’ 지속하려면..

화장품, 막걸리, 게임, 공연물 등 상품으로 확산되고 있는 '제2의 한류바람'을 지속하기 위해선 민관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현재 한류사업의 지원 방법을 두고 정부와 민간기업은 엇갈린 시각 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일방적인 한류 열풍에서 생긴 혐·반한류 등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문화교류' 등의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현재 운영되고 있는 한류사업으론 중국의 포털사이트 운영자 등 차세대 오피니언 리더를 초청해 한류에 대한 오해와 갈등을 푸는 프로그램이 있다. 또 동남아의 우수한 드라마·다큐멘터리를 수입해 국내 케이블 채널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 등이 한류 프로그램으로 마련돼 있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의 문효진 박사는 "한국 문화만 일방적으로 내보내는 게 아니라 상대 국가의 문화도 교류하면서 한류의 내공을 서서히 키워야 한류 열풍을 탄탄히 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2의 한류열풍을 이끌어가는 기업 입장에선 피부에 와닿는 직접적인 지원책을 희망하고 있다. 예컨대 정부가 적극 나서 한국문화에 대해 홍보하고 기업에 대해선 현지 법인세 인하, 서류작업 간소화 등으로 한류 수출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한류의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짝퉁에 정부가 대응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한류 열풍을 이어갈 수 있도록 콘서트와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기획도 확대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권에 머물다 이제 유럽과 미 대륙으로 파고 들고 있는 한류문화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유럽이나 중동, 아프리카 등의 신흥시장엔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간 후 본격적인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며 한국문화를 알리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희망했다.
기업이 한국문화 전파 사업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정부가 한류 확산을 위한 '선행과제'를 먼저 풀어내면 좋다는 것이다.

/gogosing@fnnews.com박소현기자 김유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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