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달과 매화에의 매혹..송필용 개인전 7일부터 이화익갤러리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3.05 17:49

수정 2012.03.05 17:49

송필용 '흐르는 물과 달빛매화'
송필용 '흐르는 물과 달빛매화'

 굽어지고 뒤틀린 굵은 나뭇가지 위로 튀밥처럼 작은 꽃들이 봉긋 얼굴을 내밀었다. 매화다. 여기에 둥근 달이라도 하나 두둥실 떠오르면 늙은 매화나무(古梅)가 힘겹게 피워낸 꽃들은 더욱 영롱한 빛을 내뿜는다.

 전남 담양에서 20년 넘게 살면서 매화를 그려온 서양화가 송필용씨(54)가 7일부터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15번째 개인전을 펼친다. '달빛 매화'라는 타이틀을 내건 이번 전시에는 오로지 달과 매화만을 그린 신작 20여점이 나왔다.

 송필용의 매화는 투박하고 못생겼다.
오랫동안 가까이서 매화를 관찰했다는 작가는 "매화나무 줄기는 원래 못생겼고 어떨 땐 기이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뒤틀려 있다"면서 "추운 겨울을 이겨낸 매화나무는 오랜 시간 꽃망울 형태로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확 피어버린다"고 했다.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지금이 매화를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계절이지만, 도시에서 일상생활을 꾸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매화 구경은 언감생심(焉敢生心), 그림의 떡이다. 이화익갤러리가 봄을 알리는 3월 전시로 송필용의 매화를 선택한 것 역시 그런 까닭이리라.

 송필용의 매화 그림은 지극히 동양적인 정서를 담고 있지만 서양화법으로 제작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전남대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유화 작업만을 고집한다.

 유화물감 특유의 진득진득하고 차진 느낌이 좋아서란다. 유화물감의 이런 특성은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뒤틀리고 못생긴 매화나무 줄기는 거칠고 투박한 붓질과 두터운 질감이 그대로 살아 있어 언뜻 꿈틀대는 생명체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그에 비하면 농담(濃淡)을 살려 점을 찍듯 그려낸 꽃잎은 가냘프고 청초하다.


 미술평론가 이태호씨(명지대 교수)는 "송필용 화백의 매화 그림은 자연에서 눈으로 만날 수 있는 매화나무와 전통적인 묵매도(墨梅圖)의 형식 사이에서 태어났다"면서 "옛 문인들이 추구한 매화의 정신성과 서양화법이 충돌하지 않고 잘 어우러졌다"고 평했다. 전시는 20일까지. (02)730-7818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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