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10m 앞 케네디,10㎝ 앞 메릴린 먼로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11.12 10:51

수정 2012.11.12 10:51

존 F 케네디 vs. 메릴린 먼로.
존 F 케네디 vs. 메릴린 먼로.

화면 가득 존 F 케네디의 얼굴이 보인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케네디의 거대한 얼굴은 메릴린 먼로의 작은 얼굴 그림으로 모자이크돼 있다. 이른바 '픽셀 모자이크 회화기법'으로 그려진 김동유(47·목원대 미대 교수)의 '이중 얼굴' 시리즈다.

묘한 대비를 이루는 '이중 얼굴' 시리즈로 유명한 김동유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에는 그의 대표작인 '이중 얼굴' 시리즈 외에도 고풍스러운 옛 그림의 균열(crack)을 하나하나 재현한 신작 여러 점이 나왔다.

목원대 출신으로 지방의 이름 없는 화가였던 김동유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작품은 예의 '이중 얼굴' 시리즈. 그는 지난 2005~2006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한 반 고흐와 메릴린 먼로의 이중 얼굴 그림이 고가(高價)에 연이어 팔리면서 스타 작가 반열에 올라섰다.
특히 2006년 3억2000여만원에 판매된 '메릴린 먼로 vs. 마오쩌둥'은 국내 생존 작가의 해외경매 최고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도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비롯해 메릴린 먼로, 리즈 테일러, 그레이스 켈리, 오드리 헵번, 존 F 케네디, 마오쩌둥 등 유명인들의 이중 얼굴 그림이 10여점 출품됐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봐야 할 작품은 오래된 명화에 불규칙적으로 생긴 균열을 섬세하게 재현해낸 '크랙 시리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켈란젤로의 '성모자상'과 알브레히트 뒤러의 '기도하는 손' 등 낡고 오래된 그림의 갈라지고 터진 표면 이미지를 그대로 살려낸 크랙 시리즈는 화가 김동유가 새로운 모험을 시작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한편, 김동유는 이번 전시에 맞춰 가난한 무명 화가에서 가장 비싼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풀어 쓴 자전적 에세이집 '그림꽃, 눈물밥'(도서출판 비채)을 동시에 펴내 주목된다.
400여쪽에 달하는 두툼한 이 책에는 열정 하나로 그림 그리기에만 매달려온 그의 인생이 130여점의 작품 이미지와 함께 담겨 있다. (02)519-0800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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