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디지털시대, 당신은 왜 그리는가?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11.19 18:46

수정 2012.11.19 18:45

서상익 'Temple of the Artist-Pollock'
서상익 'Temple of the Artist-Pollock'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서 (종이)책이 사라지지 않듯이 회화의 예술, 즉 그림이 종언을 고하지는 않을 것이다. 21일부터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리는 '회화의 예술(The Art of Painting)'전은 이런 사실을 웅변하기 위한 전시처럼 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이동기(46), 홍경택(45), 남경민(44), 정수진(44), 서상익(36) 등 서로 다른 방식으로 꾸준히 그림을 그려온 작가 5인의 신작 50여점이 출품됐다. 30대인 서상익을 빼면 모두 1960년대 후반 출생인 이들은 화가로 데뷔한 지 길면 20년, 짧으면 10년된 '중견' 작가들이다.

이번 전시는 '당신은 도대체 왜 그림을 그리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에 대한 일종의 대답이다. '아토마우스' 캐릭터로 유명한 이동기는 기존 작업과는 완전히 다른 추상 작업과 이미지의 상투성을 탐구하는 새로운 작업을 선보였다.
이동기는 "새로운 매체가 계속 등장하지만 사람들은 평면에 그려진 무엇인가를 보고 싶어하는 기본적인 욕구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 거장의 얼굴과 작품을 한 화면에 배치한 초상화 작업을 내놓은 서상익은 "회화란 몸의 감각을 기억하는 예술"이라고 전제하면서 "육체에 기억된 감각을 표현하는데 회화만한 장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회화엔 정확하지 않음, 딱 떨어지지 않음, 균열, 불균형 같은 아날로그적 매력이 있는데 나는 이런 가치들을 옹호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펜' 연작으로 유명한 홍경택은 인간 본연의 문제에 대한 탐구를 통해 회화적 깊이를 추구한 새 작업을 내놓았고, 남경민과 정수진은 기존의 '화가의 아틀리에' 시리즈를 한 단계 발전시킨 작업과 오랫동안 탐구한 새로운 시각이론을 담은 작업을 각각 선보였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독립큐레이터 이진숙은 "20세기 이후 회화의 종언을 선언한 경우가 여러 번 있었지만 호모 픽토르(Homo Pictor), 즉 그림을 그리는 인류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면서 "19세기적인 것과 20세기적인 것 그리고 21세기적인 것 모두가 공존하는 다양성의 시대에 회화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이 이번 전시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달 30일까지. (02)720-1524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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