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대산문학상 ‘여풍당당’.. 수상자 4명 모두 여성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06 17:02

수정 2013.11.06 17:02

6일 열린 21회 대산문학상 수상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진은영, 김숨, 고연옥씨(왼쪽부터). 번역 부문 수상자인 최양희씨는 현재 호주에 거주 중이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6일 열린 21회 대산문학상 수상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진은영, 김숨, 고연옥씨(왼쪽부터). 번역 부문 수상자인 최양희씨는 현재 호주에 거주 중이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세 명의 여인이 나란히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섰다.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고 선 이들 셋은 올해 대산문화재단의 대산문학상(제21회) 수상자들. 해외 거주 관계로 같이 참석하지 못한 또 다른 여인 한 명까지 포함하면 올해 이 상은 여성 문인들의 싹쓸이로 정리될 수 있다.

시집 '훔쳐가는 노래'의 진은영(43), 소설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의 김숨(39), 희곡 '칼집 속에 아버지'의 고연옥(42), '열하일기'를 번역한 최양희씨(81)가 그 주인공들이다.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의 한 레스토랑에서 호주에 있는 최씨를 제외한 세 명의 수상자들이 기자들과 함께했다.

시인 진은영은 이 자리서 "문학적 행운이다. 수상은 꿈도 안 꿨다. 이런 자리를 굉장히 부담스러워한다. 상금은 감사하지만, 상은 우편으로 받고 싶은 마음이었다"며 몸을 낮췄다. 소설가 김숨은 "이 행운을 잘 다스리는 법을 찾아봐야겠다. 신인상처럼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성실하게, 아둔하게 계속 글을 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거의 해마다 이 상의 후보작에 올랐다 매번 아쉽게 탈락했던 작가 고연옥은 "그동안 영광스럽기도 했고, 한편으론 낙심도 했다. 영원한 비주류라며 위로했는데, 이렇게 수상해 더 책임감이 생긴다"는 소감을 밝혔다.

'훔쳐가는 노래'는 '시적 화자의 정성스럽고 고결한 태도가 시를 품격있게 만들어 한국 시의 미학적 지평을 새롭게 열었다'는 게 선정 이유였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내세워 현대사회 물신화된 관계를 냉정하게 짚은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은 '마치 해부라도 하듯 관계 구석구석을 파헤치는 집요함이 대단하다'는 평을 들었다.

'칼집 속에 아버지'는 지난 4월 국립극단의 기획공연으로 올려져 전석 매진으로 화제를 모았던 연극의 원작 희곡으로 '글의 힘이 읽는 이의 멱살을 붙잡는 듯하기도 하고 때로는 시적 정서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최양희씨가 번역한 '열하일기'의 경우 '역자의 노고가 컸고 번역에서 오류가 가장 적다'는 점을 심사위원들이 높이 샀다.

최씨는 문학평론가이자 영문학자였던 최재서(1908∼1964)의 차녀로 호주 국립대 교수를 지냈다.

4개 부문 상금은 지난해보다 올라 각 5000만원씩 총 2억원이다.

상금을 어디에 쓸 것이냐고 묻자 다들 "빚 갚는 데 쓸 것"이라며 웃었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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